편법 상속·증여 재벌家 ‘현미경’ 세무조사 기사의 사진
국세청, 대기업 등 50여개 일감몰아주기·차명재산 증여 혐의 포착된 사주 일가 ‘타깃’
文 대통령 “근절하라” 지시한 역외탈세 혐의자도 일부 포함


국세청이 50여개 대기업·대자산가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편법 상속·증여 혐의가 포착된 재벌 오너 일가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반드시 근절하라”고 지시한 역외탈세 혐의자도 일부 포함돼 있다.

국세청은 대기업의 자본변동 내역과 경영권 승계 과정, 국내외 계열사 간 내부거래, 사주 일가의 재산·소득 현황 및 변동내역을 분석해 세무조사 대상을 ‘족집게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연매출 1000억원 안팎의 대기업 30여 곳이 들어 있고, 대재산가는 재벌 오너를 포함해 20여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대상 대기업은 사회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기업으로 100대, 200대 기업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자녀 출자법인에 일감 몰아주기나 끼워 넣기 등으로 부당 이득을 제공한 기업의 사주를 특정했다. 친인척·임직원 명의의 협력업체나 위장계열사로 비자금을 조성하며 기업자금을 불법 유출한 기업 등도 대상이다. 친인척이나 임직원, 외국계 펀드 명의의 주식 등 차명재산을 통한 변칙 상속·증여 행위도 포착됐다.

국세청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A기업은 자력으로 사업운영이 불가능한 자녀에게 사주가 현금을 증여해 법인을 설립하게 한 후 개발사업 등 일감 몰아주기로 주식 가치를 증가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B기업은 사주 일가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법인카드, 상품권 및 사치품 구매 비용 등을 대납한 혐의다. 지난해 적발된 C기업 사주는 자택 경비인력의 인건비를 회사 자금으로 지급했을 뿐 아니라 고령의 모친이 경비 일을 한 것처럼 조작해 급여를 주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 기업에 법인세 수백억원을 추징하고, 사주에게 소득세를 물렸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기업의 정상거래까지 전방위로 검증하는 ‘저인망식’이 아니라 사주일가의 편법 상속·증여 혐의에 집중하는 ‘현미경식’이라고 예고했다. 사정당국의 대기업 옥죄기라는 비판을 의식해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세무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탈세 혐의가 확인된다면 세금 추징은 물론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적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대기업·대재산가의 변칙·지능적 탈세 혐의 1307건을 조사해 2조8091억원을 추징했었다. 추징세액은 전년보다 65억원 늘었다. 조사 대상 중 40명을 범칙조사로 전환했고, 이 가운데 23명을 고발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