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무너지는 ‘검사동일체’… “독립성 침해” vs “정당한 지휘” 충돌 기사의 사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 논란이 일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수사단·지휘부 진실 공방전… 강원랜드 의혹 계기 시험대에
檢 개혁바람이 수사에 영향… 수사지휘권 내홍 극히 이례적 상명하복 조직원리에 반기


검찰 조직의 근간이었던 ‘검사 동일체 원칙’이 시험대에 섰다. 일선 수사팀과 평검사가 “문무일 검찰총장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외압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문 총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정당한 수사지휘권 행사였다”고 반박하는 구도가 연출되면서다. 전국 검사들이 총장을 정점으로 한 상명하복 시스템에 따라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이 원리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무너지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사 동일체 원칙은 수사·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검사 개인이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않도록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법조항에서 삭제됐다. 권위주의적 조직문화, 정권 하명 수사 등 검찰 조직이 가진 폐해의 원흉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사 동일체 원칙은 그러나 검찰이 운영되는 기본 원리로 엄연히 살아 작동했다. ‘검찰총장은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규정도 유지됐다.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둘러싼 지휘부와 수사단의 충돌 양상은 창설 70년간 이어져온 이 원칙이 실질적으로 깨지고 있음을 뜻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검찰 개혁 바람이 조직문화 개선 차원을 넘어 검사 업무의 핵심인 수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검찰총장의 직무상 권한인 수사지휘권을 두고 검찰에서 내홍이 벌어진 건 이례적이다. 수사와 관련한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폭로 형태로 공개된 것도 드문 일이다. 표면적으로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과 검찰 고위 간부들의 신병처리 문제를 놓고 표출된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의 수직적 조직 질서와 여기에서 벗어나 수평적 관계에서 사무 처리를 하려는 일부 구성원의 인식이 충돌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처음 제기한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는 15일 “지난해 4월 상부 지시대로 강원랜드 수사를 처리하자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며 “단순히 지시에 따라서 처리해선 안되는 사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많은 후회를 했고 스스로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상명하복이란 조직 원리에 문제의식을 느꼈다는 뜻이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수사지휘권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윤석열 특별수사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의견 대립을 빚으며 이른바 ‘항명 파동’을 벌이긴 했지만 이번 사안은 더 근본적인 검찰 조직의 작동 원리를 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진혜원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는 내부 전산망을 통해 ‘제주지검 영장 회수 사건’에 연루된 직속상관들의 감찰을 요구했다. 지난 1월엔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인사 불이익 의혹을 폭로했고 2월엔 안 검사도 방송에 출연해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했다. 검찰 개혁 기류와 더불어 일선 검사들의 탈조직화 현상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 강원랜드 수사단은 대검의 수사지휘를 일종의 외압으로 보고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 기소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김후곤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은 이날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일선과 의견이 다른 경우 검찰청법이 정하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될 수 없다면 관련 규정은 형해(形骸)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수사지휘권의 대상이 된 수사단 관계자는 “지휘를 내리는 쪽과 받는 쪽이 받아들이는 강도는 다르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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