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의 내 곁에 산책]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기사의 사진
신현림 (시인·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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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가 잘 했구나, 기특하게 여긴 것은 오래전에 누구나 머물고픈 대학 강사 일을 과감히 때려쳤다는 것이다. 당시 그 학교를 오가다 보면 하루가 다 갔고, 딸은 갓난아기였고, 이혼무렵에다 엄마가 와병 중이셨다. 엄마와 함께할 시간이 2년 정도 남은 때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치 일에 집중이 안되었다. 당시 내가 주로 본 것이 비디오 영화였고, 만화책이었다. 그때 생긴 습관이 만화가게 가는 일인데, 지금은 임대료들이 비싸 단골 만화가게들은 다 없어졌다. 마음이 어려울 때 만화보기 습관도 정말 잘했구나 여기는데, 가게를 찾을 길이 없다.

그렇게 본격 전업작가로 살면서 꿈꾸던 세계여행도 본격적으로 다닌 것. 경제상황은 최악이었다. 그러나 2, 3달 생활비만 남기고 떠났다. 물론 남들은 모르지만, 내 가슴은 덜덜 떨곤 했다. 그래도 기도하며 행동하고 나머지 일들은 하느님께 다 맡겼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단순화시켜 일에 집중하니 한편으로 인생이 가벼워졌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잘 된 책으로 인세가 아주 조금 들어와 단비가 되었다. 5년가량 주기적인 인세는 시간들에 대한 보상으로 느껴져 두고두고 감사할 일이었다. 지금은 주기적인 인세는 아주 힘든 시대라, 어쩔 수 없이 출판일에 뛰어들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해서 초지일관으로 가는 게 좋다. 아니면 굳이 맞지 않아도 좋아하다 보면 자긍감도 생기고 경제력도 따라오는 것이다.

최근에도 자살은 끝없이 이어지는 것을 본다. 한 달 전 조카가 다니는 유럽최고 예술대학에서 한국인 남학생의 자살 얘길 들었다. 최고의 학교를 다니면서 왜 자살하느냐고 조카에게 물었다. “누군가에게는 최상의 학교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학교가 될 수도 있지”라는 것이 조카의 대답이었다. 수업량이 세고, 교수가 닦달을 많이 할 만치 수업을 못 따라가면 유급당한다는 말을 들었다.

언젠가 42살, 43살, 48살 박사가 자살하였다는 기사를 봤다. 일류대 졸업과 외국 명문대 유학 등 자기 길을 잘 찾아가는 사람들로 생각한다. 하지만 쉽게 만년 강사직을 못 벗어나는 게 문제다. 시간당 강사수입이 3만∼4만원, 월수입이 80만∼100만원으로 도저히 한 가정을 꾸리며 살기 힘든 현실이다. 진정 자기가 하고 싶던 교수직이나, 다른 원하는 일을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살자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너무 어려움만 보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살하지 않고 힘겨워도 잘 이겨내는 이들조차 처음에는 다 어려움만 보게 된다. 차츰 마음을 굳게 먹고 이겨내려 하면 다 이겨 낼 수 있다.

출판사 등록을 6년 전에 했지만 선뜻 출판 일에 뛰어들기 두려웠다. 세금계산서도 낼 줄 몰라 1주일 울면서 배웠다. 일한 지 5달이 되어간다. 좋은 것은 쓸데없는 잡념이 없어졌다. 자잘한 일에 매이지 않게 되는 맘이 생기기도 한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고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많은 어려움이 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보통 “공부를 못하면 돈을 못 벌고 부자가 못 되잖아요”라고 얘기하는데, 그것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전 세계 백만장자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나 통계자료를 조사해봤다. 1. 학교성적이 안 좋아도 한 가지 잘 하는 게 있었다. 자기 한계를 알고 어렵게만 보지 않는, 극복하는 정신이 있었다. 2. 처음부터 천직을 택하려 했고, 자신이 원하던 것이니 월급이 작아도 감당할 용기를 가졌다. 재미있어 더 열정적이 되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관리에 철저해 게으를 틈이 없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탐구한 그 일 때문에 부자가 되었다. 가난하고 공부 못했던 사람 중에 부자가 된 필라이트란 분이 있다. 달리기 선수였는데, 성적이 나빠 대학 졸업 후 최종 선수급에서 탈락되었다. 그 뒤 그의 관심은 운동화였다. 운동선수들의 발에 맞는 신발장사를 하기 위해 트럭 한 대로 전국을 돌았다. 그는 할 수 있다는 열정으로 했다. ‘남보다 잘 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이면 안된다’는 그의 유명한 말만큼 필라이트의 좌우명은 ‘Just Do It’ 지금 시작하라다. 그의 회사가 바로 나이키라는 회사였다.

나도 뭔가 큰 깨달음이 있으면 바로 시작하는 편이지만, 늦은 경우는 늘 후회한다. 누구나 사랑에 있어서도 단지 어려움만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려움만 본다는 것은 성숙하지 못하다는 것. 요즘처럼 습기 가득한 때, 온 거실에 젖은 옷으로 가득한 때 빨간 난로대신 태양이 언젠가 뜬다는 사실. 어려움 반대쪽을 보며 당장 할 일을 할 것.

신현림 (시인·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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