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보육원 천사들의 든든한 삼촌

카페 플레이그라운드 윤정민 대표

[예수청년] 보육원 천사들의 든든한 삼촌 기사의 사진
윤정민 플레이그라운드 대표가 최근 서울 성동구 자신의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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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싫어하는 내가 어떻게 똥 기저귀를 갈지?’

카페 ‘플레이 그라운드’의 윤정민(39·무학교회) 대표는 2006년 교회 청년부 프로그램으로 우연히 들른 보육원 나들이에서 난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날 네 살배기 남자 아이를 맡아 돌보고 있었는데 정서적으로 늘 불안했던 아이가 설사를 한 것이다.

그는 평소 식당에서 떠드는 아이가 있으면 부모에게 어떻게든 불만을 표현했고 아이를 귀찮아했다. 그랬기에 아이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고 그날은 충격의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최근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카페 플레이 그라운드에서 만난 윤 대표는 “아이를 싫어한 제가 그 일을 계기로 보육원 봉사를 10년 이상 했다는 게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라면서 “보육원 봉사는 저의 터닝 포인트였고 이로 인해 비전도 생겼어요”라고 고백했다.

윤 대표는 ‘무학교회 신망원 봉사팀’ 10명의 회원들과 매월 둘째 주 토요일 경기도 양평군 신원리에 있는 보육원 ‘신망원’에 방문한다. 신망원엔 영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있다.

처음 3년 동안은 프로그램이 없었다. 화장실 청소와 빨래 개기, 숙제 도와주기 등 그곳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도왔다. 그러다 교육학을 전공한 봉사팀원의 제안으로 ‘달란트 시장’을 시작했다. 받기만 하는 아이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한 달 동안 보육원 교사를 도와주거나 심부름 하기 등 선한 행동을 하면 달란트를 준다. 봉사팀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물과 간식을 준비해 매월 달란트 시장에서 아이들이 받은 달란트로 원하는 걸 사도록 했다. 윤 대표는 “아이들이 달란트 시장을 엄청 기다린다”고 귀띔했다.

오랜 시간 동안 봉사하면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그의 커다란 기쁨이다. 처음 만났던 네 살 배기 아이는 어느 새 고등학생이 됐다. “부모 마음이라고까지 감히 말할 순 없지만 애들을 보면 애틋하고 사랑스러워요. 삼촌이라고 했다가 형아, 선생님 등 자기들 마음대로 불러요(웃음).”

윤 대표의 비전은 아이들의 버팀목이 되고 이들이 자립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보육원 아이들이 퇴소하게 되는 시점은 21세. 몇 년 전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거나 생활고로 인해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과 잠깐 놀아주고 선물을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보육원을 퇴소하면 의지할 데가 없어 방황하는 걸요. 아이들이 꿈을 찾고 일하도록 실질적으로 도와주고 싶었죠. 그래서 카페를 시작했어요.”

인테리어와 건축을 전공한 그는 2016년 카페를 오픈했다. 공사에 직접 참여하며 인건비를 줄였다. 카페를 키워 보육원 아이들이 원하면 바리스타로 훈련시켜 고용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턴 아이들의 자립 지원을 준비하기 위해 물 유통사업도 시작했다.

“세상에서 잘 사는 게 자랑이 아니더라고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는 게 자랑할 만한 일이죠. 아이들의 자립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아이들이 살 집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거 생각하면 땅도 사고 싶어요(웃음).”

그는 보육원 봉사를 하면서 하나님의 성품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잘 지내던 아이들이 싸우고 시기·질투하는 모습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하나님이 절 볼 때도 코미디 일 것 같아요. 때로는 봉사하러 가기 싫은 날도 있는데 그런 날엔 더 하나님이 위로하시고 함께 하신다는 걸 느껴요.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사랑을 배우게 돼죠.”

모태신앙이었던 그는 20대 중반 베이스 연주자로 일하면서 주말 공연 등으로 주일성수를 못하다 교회를 등졌다. 이후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악재로 인해 그의 영혼은 바닥을 쳤다. 그때 다시 교회에 돌아왔고 봉사를 하면서 영적 침체기를 극복했다.

“어릴 때부터 입양을 늘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총각은 입양을 할 수 없다네요(웃음). 그것 때문에라도 결혼을 해야겠어요.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누군가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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