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과 학대의 갈림길]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이 가장 슬프다”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최근 프랑스의 한 국회의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모드 프티(46·사진) 의원은 지난 3월 체벌금지법을 대표발의하면서 “어린이도 어른과 동일한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라고 선언했다. 체벌이 만연한 프랑스에선 “지나치게 급진적인 움직임”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그는 지난 4일 국회 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이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프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민법 제371조에 ‘부모가 자녀에게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거나 정신적 모욕감을 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게 골자다. 프랑스는 민법에서 부모에게 교정할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체벌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 프티 의원은 체벌뿐만 아니라 폭언 등 정서적 학대까지 명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란이 많은 주제임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에 대해 프티 의원은 “어릴 적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섬에서 다섯 형제 중 장녀로 자란 그는 어머니가 그에게 유독 더 엄격했다고 회상했다. 프티 의원은 “10살 때 어머니에게 따귀를 맞은 기억이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선명하다”며 “외출 준비를 늦게 했다는 이유로 맞았는데, 잘못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분노와 의구심만 생겼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은 성인이 돼서도 영향을 미쳤다. 국회의원이 된 후에는 아동 인권을 연구하는 의원 모임을 만들고 직접 의장을 맡았다. OVEO 등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체벌반대 캠페인도 벌여 왔다. 프티 의원은 “최근 발의한 체벌금지법은 이제까지 해온 활동의 최종 목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법이 궁극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 “일상생활 속에서의 변화가 중요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티 의원은 길거리에서 아이를 때리는 부모를 만나면 직접 나서는 ‘돌발’ 행동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최근에도 ‘학교 성적이 엉망’이라며 아이를 때리는 엄마를 봤다”고 말했다. 프티 의원은 즉시 다가가 “진정하라”며 엄마를 안아줬다. 아이에게는 눈을 맞추고 “최근에 발의한 체벌금지법이 통과되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달랬다. 프티 의원은 “엄마도 곧 ‘당신 말이 맞다. 내가 순간 이성을 잃었다’고 인정하더라”며 “이런 변화를 마주할 때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이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란 믿음은 확고했다. 프티 의원은 “스웨덴에서도 체벌금지법 도입 당시 반대 여론이 70%를 넘었지만 지금은 반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을 바꾼다고 곧바로 체벌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변화의 시발점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티 의원은 프랑스처럼 부모의 체벌이 아직 합법인 한국의 현실도 언급했다. 그는 “사랑해서 때린다, 아이를 위해 때린다는 말이 가장 슬프다”며 “더 이상 교육이란 이름으로 아이에게 상처 주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파리=글·사진 이재연 최예슬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