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과 학대의 갈림길] 佛·日 ‘사랑의 매’ 존재 … 몽골, 법으로 부모 체벌 금지 기사의 사진
먀그마르자브 나랑토야씨(왼쪽)가 지난 15일 몽골 울란바토르의 집에서 둘째 딸과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먀그마르자브씨는 지난해 9월부터 9주간 체벌 없이 아이를 기르는 ‘긍정적인 훈육’ 수업을 들었다. 울란바토르(몽골)=임주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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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선진국도 여전히 회초리 논란
佛, 엄격한 가정교육 속 인식 변화
日, 교육차원 필요 시각 아직 강해


‘체벌은 훈육인가 학대인가’의 고민은 세계 각국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체벌을 완전히 금지한 나라도 있지만 한국처럼 체벌을 허용하는 나라에선 그 정도와 범위를 놓고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위해 활동 중인 국제 비정부기구(NGO) ‘글로벌이니셔티브’는 전 세계 아동체벌 현황을 파악해 1∼4단계로 구분한 뒤 인식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가정 탁아소 양육시설 학교 교정기관 등에서 체벌금지 여부와 범죄로서 처벌 여부가 기준이다. 1단계(48개국)는 모든 분야에서 체벌이 금지된 나라, 2단계(43개국)는 정부가 모든 분야 체벌금지를 위해 노력하는 나라, 3단계(57개국)는 일부 분야에서 체벌이 금지된 나라, 4단계(8개국)는 어느 분야에서도 체벌이 완전히 금지되지 않은 나라다.

20일 글로벌이니셔티브에 따르면 훈육과 학대 사이 모호한 경계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은 3단계(지난달 기준)에 속해 있다. 156개국 중 하위권이다. 선진국이라고 모두 상위권은 아니었다. 프랑스 일본 캐나다 등이 모두 한국과 같은 단계다. 프랑스와 일본은 한국처럼 가정 내 체벌이 존재한다. 몽골은 체벌이 심했지만 국가 차원에서 이를 전면 금지해 최근 1단계로 올랐다. 국민일보는 이들 나라를 직접 찾아 훈육과 학대에 대한 고민을 들여다봤다.

프랑스, 캐나다는 한국처럼 체벌에 대한 찬반이 공존하며 자신들만의 기준을 세우기 위한 과도기를 겪고 있었다. 엄격한 가정교육 전통이 있는 프랑스의 경우 몇 년 전까지 공공장소에서도 아이에게 체벌을 가하는 부모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아이를 교육 차원에서 때리는 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학대 감수성이 높아지며 훈육으로서의 체벌이 잘못된 교육 방식이라는 인식이 퍼져 혼란이 발생했다. 프랑스는 현재 체벌을 대신할 훈육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캐나다도 비슷했다. 한쪽에서는 “체벌은 아동들을 수동적인 2등 시민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아동의 육체에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한쪽은 “부모의 권리와 가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훈육으로서의 체벌을 옹호했다.

‘민폐’를 싫어하는 일본은 자신의 아이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엄격히 교육시켜야 한다는 문화가 강했다. 이 때문에 체벌이 학대로 이어져도 개인이나 한 가정의 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최근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일본은 특히 한국의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 ‘심리적 학대’에 주목했다. 아동에 대한 무시·폭언·차별은 물론 부부싸움을 목격한 아동도 학대를 당한 것으로 간주했다. 일본은 처벌보다 학대를 당한 아이들을 보호하고 부모가 학대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사후 대처 및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몽골은 제도부터 정비해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2년 전 몽골은 가정에서의 체벌까지 법으로 전면 금지하는 데 성공했다. 부모세대와 달리 민주화를 경험한 젊은 부모들의 인권 의식이 반영됐다. 이들은 시민단체와 국회, 언론과 연합해 자녀에게 ‘폭력 없는 교육’을 시키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체벌전면금지법은 그러나 전통으로 남아 있는 기성세대의 체벌문화와 새로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변호사는 “한국도 훈육과 학대를 나눠서 보지 말고 1단계 나라들처럼 일체의 폭력을 모두 학대로 보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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