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종민] 검찰총장의 지휘권과 수사의 독립 기사의 사진
적절한 통제장치 없으면 검사가 자의적으로 수사권 행사하거나 정치적인 출세 발판으로 이용할 수 있어

검찰총장 1인이 모든 수사 지휘하는 것은 문제 서면지휘 원칙, 상명하복의 예외, 불복방법 등 규정해야


지청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특수전담 부장검사와 주임검사가 지역의 중견 건설회사 비자금 창구로 의심되는 금융계좌가 포착됐다며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보고서를 들고 왔다. 감사원에서 다른 범죄 혐의로 수사 의뢰를 한 사건인데 계좌추적 과정에서 비자금 계좌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비자금 규모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였고 관계 공무원들과 정치권에 대한 뇌물 수사까지 확대될 수 있는 중대 기업비리 사건이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검찰 정기인사가 2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수사팀에서는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압수수색을 허가하지 않았다. 대신 철저히 추가적인 내사를 해서 후임 수사팀에 인계하도록 지시했다. 예상되는 수사 규모로 봐 도저히 2개월 내에 완벽히 수사해 종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었다. 충분한 내사 덕분에 후임 수사팀은 신속히 오너 일가의 250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를 밝혀냈고 공공용지 설계변경으로 1000억원대의 특혜를 준 관계 공무원들도 구속해 수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검찰총장과 특별수사단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검찰총장의 지휘권과 수사의 독립성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검찰총장이 검찰청법에 보장된 정당한 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라는 견해와 수사단에 독립성을 보장하고도 수사에 개입해 지휘권을 행사했으니 부당하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특히 춘천지검 수사팀의 일원이었던 검사가 검찰총장이 직접 외압을 행사한 당사자라고 폭로했고 대검 반부패부장과 당시 춘천지검장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해야 한다는 수사단의 입장이 완강해 국민들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검찰총장의 전국 검사에 대한 지휘권과 상명하복의 법적 근거는 검찰청법 제7조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 제12조 ‘검찰총장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규정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상명하복이 인정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사 직무의 대체 가능성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고 상명하복은 별도의 규정이 있어야만 인정된다.

상명하복 원칙은 우리처럼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유래됐다. 기소 여부에 대해 검사의 재량권이 인정되는 기소편의주의 하에서 전국적으로 통일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고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의 일탈과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판사의 독립성이 보장돼 있는 사법부가 3심제를 통해 하급심 판결의 오류를 방지하고 균형을 담보하듯 검찰도 상명하복 원칙에 따라 직무상 상관이 검찰권 행사를 지휘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검사는 단독관청이기 때문에 상명하복 원칙을 폐지하고 검사에게 독립성을 부여하면 공정한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기소편의주의 하에서 적절한 통제장치가 없다면 잘못된 공명심에 사로잡힌 검사가 자의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거나 정치적 야심을 가진 검사에 의해 수사가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어 훨씬 위험하다. 공정해야 할 검찰 수사가 자칫하면 검찰 파쇼와 ‘로또 사법’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지청장 시절 압수수색을 불허한 것에 대해 주임검사는 부당한 압력이나 직권남용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상사와 수사검사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치열한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야 하고 그래도 의견일치가 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상사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 검찰총장이 수평적 소통문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이 검찰 수사의 숙명이다. 일부 검사들이 소위 ‘내 사건’이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상사의 지휘를 무시하고 본인 의사를 고집하는 경우가 있으나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다.

그런데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 검찰총장 1인이 전국의 검찰 수사를 모두 지휘하고 그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프랑스는 전국 검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없고 35명의 고검장이 각 고검 내에서 지휘권을 행사할 뿐이다. 다른 선진국에도 우리와 같은 사례는 없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력이 검찰 수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검찰총장을 포함해 검사인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검찰총장의 지휘권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서면지휘 원칙과 상명하복의 예외, 불복 방법도 검찰청법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제도적 적폐 청산이 진정한 검찰 개혁의 시작이다.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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