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정승훈] 이런 공무원, 저런 공무원 기사의 사진
이런 공무원들이 있다. 지난달 초 ‘증평 모녀 사망 사건’이 발생한 후 본보를 비롯한 언론들은 복지사각지대를 거론하며 사회안전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부 공무원들은 “이 사건이 왜 복지사각지대 문제냐”고 반발했다.

사망한 모녀는 월 임대료 13만원을 꼬박꼬박 내며 살았고, 아파트 보증금만 해도 1억2900만원이 있었다. 게다가 2700만원 상당의 차량 3대, 상가보증금 1500만원에다 통장 잔액도 256만7000원이 남아 있었는데 이 모녀의 죽음이 어떻게 복지사각지대와 관련이 있느냐는 얘기였다. 자산이 하나도 없고, 현금조차 한 푼 없어 임대료는커녕 밥도 먹지 못할 지경이 되어 사망해야만 복지사각지대 대상자에 해당된다는 의미로 읽혔다.

증평군수가 기자회견을 했을 때 공무원 조직 일각에서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군수가 ‘복지사각지대’를 거론하며 사과한 데 대해 “너무 성급한 거 아니냐. 개인 가정사에 따른 신변비관이 ‘제2의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졸지에 공무원들만 죄인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규정에 따라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는데 법령의 그물망 밖에 있던 모녀의 죽음 때문에 공무원들이 비난받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얘기가 틀린 것은 아니다. 현행법과 규정의 잣대로 보면 증평 모녀의 죽음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잘못된 행정, 혹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법 집행에 책임을 물을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지 현행법과 규정의 그물이 성긴 탓에 그들을 보듬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공무원들도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위기가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공무원들 말이다. 충북도는 최근 정부에 위기가구 발굴 범위 및 자료 연계 확대를 위한 법령 개정을 건의키로 했다. 도는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이 정한 지원대상자 발견 시 신고의무자의 범주에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 건의를 준비하고 있다. 법령 개정이 이뤄지면 공동주택 관리비 체납가구 실태조사를 더 꼼꼼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여러 입장차가 있어 법령 개정이 쉽지 않겠지만 현 시스템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고위험 위기가구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회 구성원 모두 관심을 두고 적극 협조해 달라”고 했다.

법과 규정에 얽매여 일하는 지방의 공무원들이었다면 이 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유권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정치권이나 여론에 더 민감한 중앙부처에서 나서면 그제야 못 이기는 척 따라가면 된다. 하지만 충북도 공무원들은 좀 달랐다. 나서서 법령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법령이 개정되면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은 더 늘어날 것이다.

충북도는 최근 한 달 동안 도내 공동주택 32만6372가구를 대상으로 고위험 위기가구 실태조사도 벌였다. 공동주택은 일반주택과 달리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으로 전기요금 등의 체납 사실을 확인할 수 없어 복지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착안해 자체적으로 공동주택의 복지사각지대 현황 파악에 나선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일반주택이 아닌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위기가구 실태조사를 한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게다. 충북도는 조사를 통해 83가구의 고위험 위기가구를 확인하고 기초생활보장과 긴급복지 지원, 민간후원금 연계, 협의체 긴급구호비 신청 등의 조치를 했다. 도는 공동주택의 관리비 체납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 한 달여 동안 마음고생하면서 현장에서 실태조사를 하느라 평소보다 훨씬 더 힘들었을 충북도 일선 공무원들께 박수를 보낸다. 충북도의 사례가 전파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업무를 떠맡게 될 다른 지역 공무원들께도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 사회는 더 살 만한 세상으로 조금씩 바뀔 것이다.

정승훈 사회2부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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