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남성욱] 文 대통령, 북·미정상회담 조타수 될까 기사의 사진
도널드 트럼프와 문재인 정상회담의 핵심은 배석자 없이 실질적인 독대로 진행된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돌변에 당황한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나섰을 것이다. 특히 북·미 간 난기류와 관련해 회담 동력을 유지시키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식(all in one) 초단기(very short period of time) 비핵화 방식을 직접 확인하고 동시에 북·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재검토 발언에 대한 역공이다.

3주 앞으로 다가온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풍전등화다. 김계관의 회담 재검토 발언 이후 양측의 갈등이 임계점을 맞고 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진행하지만 지엽적인 사안이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로 6·12 공동선언문의 구체적인 문안이 조율되지 않고 있다. 북·미 간 알력은 한국에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갑자기 맥스선더 한·미 합동 군사훈련, 태영호 전 북한공사의 발언 등으로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출발도 하기 전 북한의 태도 변화를 따져 물었다. 문 대통령은 운전자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합승을 시켰으나 당초 목적지가 다르니 계속 좌불안석이다.

사달이 나게 한 장본인은 김 위원장이다. 두 차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분에 넘치는 정상회담에서 지원을 확약받음에 따라 이제 유엔 제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미 압록강과 두만강 주변 북·중 국경은 양측의 장사꾼들로 넘쳐나고 있다. 평양 입장에서 워싱턴이 제시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모델은 협상 의제가 될 수 없다. 정상회담 기념주화까지 제작한 워싱턴의 실망과 우려가 작지 않다. 25년간의 난제를 해결하는 외교적 쾌거를 거두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좌절과 실망감이 간단치 않다. 중국에 대한 원망이 적지 않지만 노회한 상대라 한계가 있다. 특히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북핵까지 압박할 여유는 많지 않다.

결국 워싱턴의 스트레스는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다. 북한 문제에서 진전을 강하게 바라는 한국이 김 위원장의 핵무기 폐기에 대한 협상 의지를 ‘과장’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워싱턴 조야에 스멀스멀 퍼지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밤 통화에서 트럼프가 4·27 판문점 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개인적 장담(assurance)들과 김계관의 담화가 상충되는 것이냐는 질문을 했다는 보도는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하게 한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북·미 정상회담이 99.9% 성사된다고 장담하지만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외교는 상대가 있는 비즈니스여서 실패했을 때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 이상기류 속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카드로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조타수 역할을 할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추궁(?)과 문 대통령 설득의 소모적인 시간이었는지는 미지수다.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봐야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양측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김 위원장은 더 이상 도보다리에서 밀담을 나누던 허심탄회한 대화 상대가 아니다. 그는 2차 북·중 정상회담으로 핵무력을 완성한 사회주의 독재국가의 리더로 복귀했다. 김 위원장이 서울-평양 핫라인을 언급했다고 알려졌지만 정작 중요한 시기에 불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6개월 내 북한이 핵무기 일부를 넘겨주고, 관련 시설을 폐쇄하고 김정은 체제를 보장하는 원샷 타결로 2020년 11월 재선을 위해 북한 비핵화를 완료하고자 한다. 워싱턴의 일괄타결과 평양의 단계적·동시적 해법은 동상이몽 수준이다. 과연 트럼프의 높은 기대와 김정은의 변심(變心)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싱가포르 회담까지 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술이 석 잔이 될지 뺨이 세 대인지 중매자의 살얼음판 숙명은 결국 비핵화 성과에 달려 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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