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통일부 전성시대 기사의 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뜬금없이 ‘통일대박’을 외쳤다. 주무 장관조차 전혀 낌새를 몰랐던 깜짝 선언이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통일대박을 되뇌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 작품이라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통일대박은 박 전 대통령의 최고 유행어로 회자됐다.

통일대박이 말잔치에 그치지 않고 실천에 옮겨졌다면 남북관계 개선 덕에 문재인 대통령이 받고 있는 글로벌 스포트라이트가 오롯이 그의 몫이 됐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 내내 남북 긴장관계가 지속됐고, 통일대박 주무 부서인 통일부 존재는 미미했다. ‘통 일이 없는 부서’여서 통일부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대신 국방부가 바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TV 토론 프로그램에 남북문제 전문가 출연이 잦다. 전직 통일부 장관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정부 장관들은 예외다. 이들도 나름 일가견이 있을 텐데 재임 시 지금 같은 상황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도통 얼굴을 볼 수 없다. 토론 프로그램에 군사 전문가보다 통일 전문가가 더 많이, 그리고 자주 출연한다는 건 남북관계가 대결에서 대화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과정을 전해줄 남측 공동취재단의 방북이 우여곡절 끝에 23일 이뤄졌다.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의 대북라인이 총동원돼 북한을 끈질기게 설득해 얻어낸 결과물일 것이다. 근래에 통일부가 요즘처럼 바쁠 때는 없었다. 장관 인지도 조사를 한다면 현 조명균 장관은 세 손가락 안에 들 게 거의 확실하다.

통일부 전성시대가 와야 한다. “국방부는 한가해야 하고, 통일부는 바빠야 한다. 국방부가 바쁘면 국민이 불안하고, 통일부가 바쁘면 국민이 안심한다.” 어느 전직 통일부 장관이 했다는 이 말이 정답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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