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노인 기준 딜레마 기사의 사진
1989년 시 ‘덤’을 발표한 시인 김광림은 나이 예순이면 살 만큼 산 것이라고 했다. 이보다 덜 살면 요절이고 더 살면 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제부터 덤으로 산다고 했다. 공자는 어떤 말을 들어도 곧 이해가 되고, 하고 싶은 대로 행해도 세상의 이치에 어긋남이 없다고 해서 이순(耳順)이라 했다. 100세 시대가 코앞인 지금 보면 예순은 이제 막 장년기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과거에는 환갑을 넘기도 힘들어 잔치를 열어 축하했지만 요즘은 옛날 얘기다. 2016년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여성 85.4세, 남성 79.3세다.

보건복지부가 엊그제 발표한 2017년 노인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노인 연령은 70세 이상이라는 응답이 86.3%에 달했다. 2008년 조사에서는 68.3%였다. 노인 연령을 법적으로 정한 것은 없다. 다만 경로우대 대상자를 65세 이상으로 한 노인복지법에 따라 일반적으로 65세가 통용된다. 그러나 의료기술 발달로 65세 이상도 충분히 건강하고 일할 수 있게 되면서 30년 전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서울중앙지법은 육체노동자가 일을 해서 소득을 벌 수 있는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아닌 만 65세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의학적으로도 성인의 뇌 용량이 70세까지 유지되고 인지 기능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노인 기준을 70세로 올리면 연간 2조5000억원의 복지비용이 줄어들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등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 일단 기초연금 수급자가 감소하고 지공거사(地空居士·지하철 공짜로 타는 노인)도 줄어 서울시 지하철 적자도 완화될 수 있다.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노인 기준 연령 조정은 더 시급해졌다.

하지만 노후소득 보장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노인빈곤율을 고려하면 당장 올리기 힘들다. 법적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이보다 높고 노인 기준을 70세로 올리면 빈곤율이 더 악화된다. 그렇다고 한창 ‘팔팔한’ 연령층을 노인이라고 묶어놓는 것도 못할 짓이다. 정년연장,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현실과 괴리된 노인 기준을 올릴 때도 됐다.

이명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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