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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 스칼렛, 강인한 여성이여 [리뷰]

웅장한 분위기 특히 강조했고 배우들, 캐릭터 소화력 뛰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 스칼렛, 강인한 여성이여 [리뷰] 기사의 사진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스칼렛 역의 바다(맨 앞)가 앙상블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쇼미디어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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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가치를 실감하게 되는 건 바로 이런 순간이다. 귀에 익은 OST 한 구절, 배우의 대사 한마디에 그 시절 감동이 되살아난다. 1939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그렇다. 막이 오르고 영화의 메인 주제곡이 흐르는 그 순간의 전율이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선 온전히 짐작하기 어렵다.

줄거리는 익히 아는 그대로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0년대 미국, 남부 대농장 타라를 소유하고 있는 오하라 가문의 장녀 스칼렛(바다 김보경 루나 최지이)은 건실한 이웃 청년 애슐리(정상윤 백형훈 기세중)를 사랑한다. 하지만 애슐리는 멜라니(오진영 최우리 이하린)의 남편이 돼버리고, 스칼렛은 홧김에 멜라니의 오빠 찰스와 결혼해버린다.

오랜 북부 생활을 끝내고 남부로 내려온 재력가 레트 버틀러(신성우 김준현 테이 백승렬)는 당찬 스칼렛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남편을 잃은 스칼렛은 애슐리를 만나기 위해 애틀랜타에 갔다가 그곳에서 레트와 재회한다. 스칼렛은 전장에 나간 애슐리 대신 멜라니를 지켜주기로 약속하고, 레트의 도움을 받아 다시 타라로 향한다.

미국 작가 마거릿 미첼(1900∼1949)의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화로 제작돼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당대 최고의 스타 비비안 리, 클라크 게이블이 주연해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대사와 명장면들을 남겼다. 뮤지컬로는 2003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공연됐고, 국내에서는 2015년 초연됐다.

이번 세 번째 시즌은 추가적인 각색을 거쳐 원작 영화와 가장 가깝게 만들어졌다. 배우 출신인 브래드 리틀이 첫 연출을 맡았다. 러닝타임 165분간 29곡의 넘버들이 이어지는데, 오케스트라 편성을 늘려 웅장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안무에서는 쇼적인 부분을 일부 걷어내고 스토리텔링이 담긴 동작들로 채웠다.

몇 장면에선 쇼뮤지컬적 요소를 그대로 살렸지만 전체적인 흐름상 다소 튄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남부의 흑인 노예들이 강제노동에 시름하는 모습을 보여주다 갑자기 화려한 쇼걸들이 춤추는 술집 장면이 등장하는 식이다. 스칼렛이 두 번째 남편을 만나고 다시 사별하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시퀀스 또한 판타지적 구성 면에서 이질적이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은 뛰어나다. 초연부터 스칼렛 역을 맡아 온 바다는 인물에 완전히 녹아든 듯한 여유를 보여준다. 가창력은 두말할 것 없다. 재연에 이어 레트 역으로 합류한 신성우는 남성적인 매력과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파워풀한 음색이 역할과 완벽한 합을 이룬다. 다만 중간중간 내지르는 록 샤우팅은 다소 난데없이 느껴진다.

경쾌한 분위기로 시작해 점차 무게감을 더해가는 극의 흐름이 매끄럽다. 인물의 감정선도 유려하게 흘러간다. 특히 스칼렛과 레트의 입맞춤으로 장식하는 엔딩신은 가슴 벅찬 여운을 안긴다. 아직 초반부라 앙상블의 합창과 군무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으나 앞으로 두 달여간 공연이 이어지는 만큼 차츰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강인하고 열정적이며 용감한 스칼렛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문득 이런 문구가 떠오른다. ‘소녀들은 왕자가 필요 없다(Girls do not need a prince).’ 시대를 앞서 나간 이 여인이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그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를 테니까.” 당차게 외치는 마지막 대사가 가슴에 쿡 박힌다. 오는 7월 29일까지 샤롯데씨어터.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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