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태윤] 부인 못할 최저임금의 역설 기사의 사진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제정책은 다양한 이해가 맞물려 있고,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에 한쪽 면만 강조할 경우 의도와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16.4%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후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와 다르게 노동시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현재의 모든 상황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만은 아니라 하더라도 최저임금의 직접적 영향이 있는 업종이나 계층을 중심으로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있고 다른 부문까지 심각한 영향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노동시장 사정에 취약한 저소득층 소득이 급격히 감소해 소득불평등도가 나빠지면서, 저소득가구와 고소득가구의 소득 격차는 지표 작성 이후 최악에 이를 정도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항상 나쁜 결과를 가져 오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미국 연방정부가 1938년 공정노동기준법(FLSA)에 근거해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후 오랫동안 이를 유지한 미국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에 대해 다양한 연구결과가 있다. 관련 연구에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고용이 감소하지 않은 사례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1994년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 교수의 연구가 있는데 뉴저지주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패스트푸드점 고용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연구를 포함해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사례를 보고한 대부분은 기술적인 특성상 필요한 근로자 숫자를 단기에 바꾸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또한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가 있거나, 독점력이 있어서 고용을 줄이지 않아도 가격에 비용부담을 전가시킬 수 있는 사례가 주를 이룬다. 즉,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대형 상점이나 프랜차이즈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해도 오히려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은 가속화시킬 수 있다.

더구나 훨씬 더 많은 사례와 연구들은 일반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최저임금을 급격히 큰 폭으로 인상시킨 경우는 더욱 그렇다. 또한 기존 고용인원은 그나마 유지해도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기도 하고, 기업이 결국 거점 자체를 옮기면서 고용이 감소하거나 유출된 사례는 흔하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의 상승은 일반적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효과를 낳지만 해당 기업의 경쟁력, 경제성장률과 상응하는 수준의 임금상승률 등 특별한 조건이 만족되는 경우에 부정적인 효과가 최소화되거나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제반 환경이 수반되지 않는 급격한 인상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실증연구 결과이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기상황의 개선을 이루었다거나 경제성장을 달성한 증거는 찾기 어렵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가져온 현실적인 부담 때문에 최근에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도록 산입범위를 확대하기도 했다. 물론 최저임금과 연관된 전반적인 보상체계로 인해 임금인상이 급격히 이루어짐으로써 노동비용이 가중된 일부 기업에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겠지만, 실제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직접적인 위험에 처한 취약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에게 상여금 또는 복리후생비는 무관한 이슈다.

결국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문제는 복잡한 임금체계를 보다 명료하고 일관성 있게 만든다는 차원에서 생각할 문제이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부담을 더는 방안으로는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경제에 충격을 가하면 현재도 어려운 상황에서 간신히 적응하고 있는 취약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미칠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경제정책 수립에 있어 따뜻한 마음뿐 아니라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냉철하고 세심한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성태윤(연세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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