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페셜] 사공 많은 ‘대입 개편’ 백년대계 어디로… 기사의 사진
대학입시 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교육회의에 입시 개편을 맡기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앞에서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입시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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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학입시라는 배에 사공이 많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은 ‘교육부→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공론화위원회→일반 시민’의 연쇄 하청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입시제도로 대학에 간다. 역대 가장 많은 ‘사공’이 입시의 노를 젓는다. 사공의 다수는 대입 용어조차 생소하게 여기는 비전문가들이다. 배가 어디로 갈지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도 정부와 국가교육회의 등이 흘린 단서와 정책 환경을 분석해 어떤 대입제도가 그려지고 있는지 더듬어볼 수는 있다.

수능, 절대평가로 전환할까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을 비롯한 정부와 여당의 이상(異常) 행보가 힌트다. 박 차관은 지난 3월 말 서울 주요 대학들에 정시 확대를 요청했다. 수시 비중이 높은 서울대와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최근 급격히 높인 고려대의 경우 총장을 직접 만나 요구했다. 고교 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수능의 힘을 빼온 정책 기조를 느닷없이 뒤집은 것이다. 이는 문재인정부를 지지한 진보 성향의 교육계 의견을 거스르는 행동이다.

고위 교육 관료가 대놓고 개별 대학입시에 ‘감 놔라 배 놔라’고 한 일도 매우 이례적이다. 박 차관의 정시 확대 요청은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 좋은미래가 “수능과 내신만으로 학생을 뽑자”고 주장한 직후였다. 수능과 내신 중심 선발이 바로 정시 확대론, 수시 폐지론이다. 실제 주요 대학들은 정시 비중을 늘렸다. 입시 현장에선 일종의 성의 표시로 읽혔다. 정부의 재정 지원에 기대는 대학들은 여권의 눈치에 누구보다 민감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눈치를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2022학년도 대입 안을 국가교육회의에 이송한다고 발표한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에서였다. 김 부총리는 “장관 취임 뒤에는 절대평가를 주장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사실과 달랐다. 김 부총리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한 뒤 실무자가 “장관 취임 뒤에도 절대평가를 주장한 적이 있다”며 바로잡은 뒤 사과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김 부총리가 절대평가에서 얼마나 발을 빼고 싶어 하는지 보여준 셈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절대평가는 대통령 공약이나 국정과제에선 빠졌다” “국가교육회의 당연직 위원이지만 (국가교육회의에서) 절대평가 주장은 않겠다”고 했다.

종합하면 여권이 정시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수능 절대평가는 정시 확대와 양립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상위권 변별력 때문이다.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도 논술 비중을 확대하면 변별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 수능만 절대평가로 전환해선 정시 선발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현재 대다수 일반 고교는 논술을 가르칠 여력이 안 된다. 대학들이 정시에서 논술을 변별력 요소로 활용한다면 논술 사교육이 폭증하는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공교육에 논술 교육 인프라가 확충될 때까지 선택 가능한 방안은 아니다.

정시와 수시 통합할까

여권이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상당한 부담을 짊어져야 가능한 선택이다. 거의 도박에 가깝다. 그래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문 대통령 임기는 2022년 5월 종료된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3월로 예정돼 있다. 이번 대입 개편안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첫 타깃이다. 이들은 2021년 11월 수능을 치른다. 대학입시는 이듬해 2월 마무리된다. 현재 두어 달 동안 뚝딱 만드는 대입 개편안의 부작용이 대선 국면에서 부각되면 정권의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

공고한 대학 서열 체제에서 다수가 행복해지는 대입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흡족한 미소를 짓는 이보다 눈물을 삼키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제도 변화가 클수록 결과에 만족 못한 사람들의 원성도 커진다. 정시와 수시 통합은 입시 환경에 커다란 변화다. 수능은 11월 초로 당겨지고 대입 일정은 압축적으로 진행된다. 대학들이 어떤 점수 조합으로 학생을 뽑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수능 점수가 반영되는 등 급격한 변화도 가능하다. 대학 선택의 기회도 9번에서 6번으로 줄어든다.

‘죽음의 트라이앵글’ 부활이 특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대입 개편의 키를 잡고 있는 김진경 대입특위 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내용이다. 그는 지난 17일 교육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정시와 수시를) 통합했을 때 수능 전형과 학종 전형, 교과 전형의 칸막이가 허물어져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선호도 높은 대학에 가려면 수능과 내신, 비교과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는 입시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수능을 상대평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부담은 더 가중된다. 정부가 만약 ‘수능 상대평가-정시·수시 통합’을 선택한다면 수능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훨씬 막강해질 수 있다. 사교육비 증가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그때 가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고 해명해봐야 입시 결과에 좌절해 있는 자녀를 지켜보는 학부모의 화만 돋우기 십상이다. 문재인정부는 이번 대입 개편을 추진하면서 연쇄 하청 방식을 통해 책임소재를 분산시켰다. 교육부 관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여권 전체로 분노의 화살이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선 국면에서 야당에는 호재 중 호재일 것이다.

지방대와 전문대의 반발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들은 현재 학생 수 감소 때문에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2021년이 되면 더욱 궁지에 몰린다. 정시와 수시를 통합하면 수험생에게 주어지는 지원 횟수가 줄기 때문에 지방대와 전문대는 학생 모집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입시 틀 유지, 제3의 해법 가능성

교육부는 정시와 수시의 적정 비율, 정시와 수시 통합,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결정해 달라고 국가교육회의에 주문했다. 정시와 수시 통합이나 수능 절대평가 전환 가능성이 높지 않으므로 정시와 수시 적정 비율을 결정하는 게 국가교육회의에 남은 가장 큰 숙제다. 이마저도 김진경 위원장은 난색을 표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일률적인 비율을 제시할 수 없다. 정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마다 처지가 달라 국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비율을 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시와 수시의 적정 비율마저 결정하지 않으면 결국 ‘수능 상대평가-정시·수시 분리’인 현행 입시제도 틀을 유지하게 된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셈이다. 섣불리 입시제도 개편을 언급해 수험생 혼란과 사회적 논란만 일으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하지만 정권마다 바뀌는 대입제도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하다. 조변석개하는 대입제도가 사교육을 먹여 살린다는 지적도 많다. 날림 개편안으로 지탄받지 말고 변화를 최소화하라는 요구도 거세다. 지난해 8월부터 시간을 허비하고 국가교육회의로 공을 넘긴 ‘김상곤 교육부’에 책임을 넘기는 방법도 있다.

대입제도 개편 압력을 아예 무시하긴 어렵다. 일단 미래인재 양성을 견인할 새 대입제도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문·이과 통합과 학생 주도형 토론 및 그 과정을 평가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큰 틀에서 입시제도가 바뀌어갈 방향이 보인다. 개정 교육과정에는 모든 수험생을 동일 시험으로 줄 세우는 수능은 힘을 빼는 게 바람직하다는 교육 전문가의 합의가 담겼다. 이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한 대학들의 인재 선점 경쟁과 맞물려 수시 확대 흐름으로 이어졌다.

현재의 정시 확대 주장은 그 반작용이다. 2022학년도 대입 개편을 둘러싼 전선(戰線)을 살펴보면 정시 확대 쪽에는 수능으로 대학 가기 용이한 서울 강남권과 자사고·특목고, 학종 피로감을 호소하는 학부모 등이 도열해 있다. 수능의 객관성 때문에 대중의 지지를 받는 부분도 무시하기 어렵다. 반대편에는 교육 전문가 집단과 수능이 확대되면 피해를 보는 지역 고교 등이 맞서 있다.

그래서 오는 8월 나올 입시 개편안에는 정시와 수시 통합처럼 큰 폭의 변화는 지양하고 상대적으로 미세한 부분만 손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나 수능 과목·범위를 조정하는 방식이 있다. 수능은 상대평가로 유지하되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만 수능을 치르고, 심화 선택과목은 내신이나 학종 등으로 평가하자는 것이다. 수능 최저 기준 조정도 유효한 옵션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관계자는 “공론화위의 활동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에는 양쪽의 절충점을 찾아 갈등을 봉합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문 대통령의 대표 교육 공약인 고교학점제와 연동되는 중장기 대입 개편(2025학년도 이후)에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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