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차은영] 경기 전망에 대한 시각차 기사의 사진
최근 경기 논쟁이 이슈화되고 있다. 경기를 어떻게 판단하고 전망하는가에 따라 실효성 있는 대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기를 보는 시각은 중요하다. 경제 정책에 관한 조언과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영역 간에는 시각차가 존재할 수 있지만 이것은 내부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정확한 데이터에 기초해 다각적인 논의와 설득을 통해 일관성 있는 경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하고 만약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면 재검토도 가능해야 정책 실패의 확률을 낮출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쟁은 내부적으로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정책 유연성의 결함을 그대로 노정하고 있다. 거시경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장기적인 측면과 단기적인 측면이 뒤섞여 있고, 종합적인 검토라기보다는 국소적으로 주장하는 부분이 충돌함으로써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어 정책 대응에 차질을 동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발표되는 거시변수 데이터를 살펴보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행지수는 9개월째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한국의 경기변동 지표 10개 중 소매판매액지수를 뺀 9개 지표가 둔화 또는 하강 국면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0.3%까지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그나마 경제를 지탱해주던 수출도 지난 4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으로 격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3개월째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최저임금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매달 30만명 가까운 취업자 증가 규모를 기대해야 하지만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일시적 현상이라지만 자동차와 조선업 구조조정에 기인한 제조업 취업자 수가 11개월 만에 감소한 것은 고용 쇼크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일자리 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5월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과 비교해보면 고용률과 취업자 수는 감소했고 청년실업률을 비롯한 실업률은 증가했다.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이유로 결정한 최저임금의 파격적 인상은 오히려 고용량을 감소시키고 고용의 질을 악화시킴으로써 부작용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구조적 측면을 보면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을 필두로 제조업은 하루가 다르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반도체가 외롭게 주도하는 성장도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D램 생산에 뛰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상승 기류도 주춤하고 치솟는 유가와 인상이 확실시되는 금리, 원화가치 절상이라는 녹록지 않은 경제 환경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주요 선진국들은 법인세를 과감히 인하하고 고용시장의 유연화를 최우선 노동 정책으로 채택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법인세를 인상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에서 한 발짝도 못 나아가고 기업을 옥죄는 새로운 규제를 끊임없이 들고 나온다. 반기업 정서를 정부가 부추기면서 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장기 불황을 피할 길이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분기 가계 동향 소득부문 조사’를 살펴보면 소득 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함으로써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차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도 4.0% 줄어 소득 격차는 더 커졌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의 시각으로 진단하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차은영(이화여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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