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2만원대 보편요금제’ 국회 문턱 넘을까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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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요금제란
‘데이터 1GB·음성통화 200분’ SKT에 월 2만원대 제공 의무화… KT·LG유플러스 가격 인하 유도

▨발등에 불 떨어진 업계
통신 3社, 매출 1조3500억 증발 위기… “고객 뺏길라” 알뜰폰 업계도 비상

▨국회 통과 가능성은
야당 “과한 간섭” 비판하지만 표결 땐 대놓고 반대 어려울 수도
통신비 원가 공개 후 여론 지켜봐야… 10월 국감 이후에나 심의 가능성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인 보편요금제 입법안이 지난 11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제도 도입까지는 국무회의 의결과 국회 법안 통과만 남았다. 정부는 보편요금제를 통신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고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업체들은 “가격을 정부가 정하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 법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이 국회로 넘어가자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정치적 셈법을 적용해 보편요금제 도입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지금까지처럼 경제·사회적 논의를 되풀이해봤자 공회전만 거듭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30일 “기존 정부·시민단체와 이통 3사의 대립구도에 여야 갈등까지 더해져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여당은 보편요금제를 가계통신비를 줄이기 위한 민생 법안이라고 옹호하고, 야당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비판하는 분위기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통신비 원가공개 판결’과 ‘알뜰폰 업계의 고사 위기’ 등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많아 분위기는 언제든 반전될 수 있다.

보편요금제는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에 월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2만원대 요금제를 만들도록 강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KT와 LG유플러스도 경쟁사의 저가 요금제에 맞춰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수도나 전기처럼 필수재로 자리 잡은 ‘통신 서비스’를 누구에게나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또 “통신업체가 자발적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한다면 정부가 직접 나서 최소요금제를 법으로 정해야 한다”며 “통신업체들은 제대로 요금 경쟁도 하지 않으면서 비싼 요금제로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고 비판했다.

이통 3사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지금처럼 안정된 무선통신 서비스와 5G처럼 첨단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없어진다”며 맞서왔다. 이통 3사는 5G 상용화를 위해서 앞으로 5∼6년간 최소 20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지국을 더 촘촘히 설치해야 하는 5G망은 투자비용이 직전 LTE보다 2배 이상 든다”며 “정부가 내년 5G 조기 상용화를 추진하면서 요금을 내리라고 강제하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이통 3사는 당장 직격탄을 맞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한 보편요금제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보편요금제 도입에 따른 이통 3사 연간 매출 감소액은 1조3581억원이다. 현재 통신 3사의 연간 영업이익인 3조5000억원의 약 40%다.

과거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탄생한 알뜰폰 업계도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보편 요금제가 도입되면 알뜰폰 업체 30여곳이 가격 경쟁력을 잃고 고사한다는 것이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의 주력 상품이 보편요금제와 조건이 비슷한 2만원대 요금제”라며 “통신 3사가 이와 비슷한 보편요금제를 내놓으면 고객 150만명을 통신 3사에 뺏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기감을 느낀 알뜰폰업계는 보편요금제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비슷하거나 더 많은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일부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알뜰폰이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CJ헬로는 월 2만9700원에 음성통화 100분, 데이터 10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판매한다. KT엠모바일은 월 1만2100원에 월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5GB를 제공하고 있다. 유플러스 알뜰모바일도 1만9800원에 월 음성통화 1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놨다. CJ헬로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까지도 이통 3사 요금의 반값 수준인 3만6300원에 할인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론에 민감한 국회가 보편요금제를 대놓고 반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 의원이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해왔지만 막상 표결에 부치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요금 인하 법안에 반기를 들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무리한 시장 개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 대신 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비 인하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2G·3G 통신비 원가공개 판결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12일 이통 3사가 휴대전화 통신요금 산정 근거로 삼는 통신비 원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통신업체들이 정부에 제출했던 손익계산서와 영업보고서 등을 참여연대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특정 연도의 원가만 부각하면 이통사들이 마치 막대한 초과 수익을 내온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여론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여연대는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원가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이어 2G·3G 원가를 공개한 뒤에는 LTE 요금제 원가에 대해서도 이통사에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대법원이 ‘국민 전체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공익이 인정된다’고 판결한 건 사법부도 데이터의 필수재 성격을 인정한 것”이라며 “LTE 원가도 공개해 통신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이통사들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보편요금제가 휴대전화 이용 패턴을 정교하게 반영하지 못해 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보편요금제 법안에서 보편요금제 요금은 2년에 한 번씩 전년도 통신사 수익에서 가입자 통화량 또는 데이터 이용량을 나눈 값의 1∼2배에서 정하게 돼 있다. 그런데 최근 2년 동안 이통사 수익은 제자리에 머무는 반면 데이터 사용량은 두 배로 뛰었다.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보편요금제 요금을 2년마다 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을 거스르지 않는 적정 가격을 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상황도 유동적이라 보편요금제 도입 여부가 당장 결정될 것 같지 않다. 국회가 6월 지방선거 준비로 바쁘고 후반기 원 구성도 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 심사는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론 10월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야 법안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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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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