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맛있는 사진 찍는 “우린 또라이”

음식사진연구소 토라이리퍼블릭 김지훈·송은경 집사

[예수청년] 맛있는 사진 찍는 “우린 또라이” 기사의 사진
음식사진연구소 토라이리퍼블릭의 ‘추장’ 김지훈 집사(앞줄 오른쪽)가 지난 28일 경기도 성남 스튜디오에서 스태프들과 각종 촬영도구를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왼쪽이 ‘족장’ 송은경 집사. 성남=송지수 인턴기자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먹스타그램’. ‘먹다’라는 단어와 SNS인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스마트폰 보급과 음식 관련 콘텐츠의 증가, 일상 공유 문화의 확산이 맞물리며 ‘먹는 일(食)’은 ‘입고(衣) 사는(住) 일’보다 더 관심을 끄는 요소가 됐다. 먹스타그램 맛스타그램 푸드스타그램 등의 해시태그(#)가 걸린 1억개 이상의 게시물이 이 같은 현상을 대변한다.

독특한 음식사진 마니아로서 대중의 눈을 사로잡은 사람이 있다. 음식사진연구소 토라이리퍼블릭(Toraii republic) 대표 김지훈(39·새에덴교회) 집사다. 지난 28일 경기도 성남의 한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일사불란하게 촬영을 준비하는 한 무리의 청년들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조명 옆에서 사진팀과 푸드스타일링팀 스태프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집사가 보였다.

“말린 고추랑 월계수잎은 오른쪽 아래에 흩뿌려주고 고명은 그릇 가운데에 소복이 쌓아 올리면 좋겠다.”

“오케이. 레츠 고!”

“왼쪽 조명은 조금 올립시다. 반사판은 오른쪽 아래로. 자∼ ‘스팀맨’ 연기 들어갑니다. 하나 둘 셋!”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청년들의 외침과 리드미컬한 음악이 어우러진 촬영 현장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경쾌한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태국 방콕의 유서 깊은 맛집에서 이제 막 식탁에 올린 듯한 국수 한 그릇이 컴퓨터 화면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렇게 완성된 사진들은 내로라하는 유명 브랜드의 광고와 식당 메뉴판을 통해 소비자를 만난다.

토라이의 작업 현장을 찾은 이들은 세 번 놀란다. 레게 머리에 배기팬츠를 입은 그의 독특한 패션스타일에 놀라고, 한바탕 축제를 벌이는 것 같은 촬영장 분위기에 놀라며, 정지돼 있던 음식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결과물에 놀란다. 김 집사는 “한눈에 오감이 느껴지지 않는 음식사진은 그저 정보전달에 불과하다”며 “살아있는 사진은 살아있는 현장에서 나온다”고 했다.

토라이엔 늘 활기가 넘치게 하는 장치들로 그득하다. 음식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어엿한 직장이지만 격식이 묻어나는 직함은 애초부터 없었다. 대표인 김 집사는 추장, 부대표를 맡고 있는 송은경(41·여) 집사는 족장으로 불린다. 나머지 스태프들도 개성에 따라 별명이 이름을 대신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김성환씨는 ‘유목민’, “난 민이라고 해”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이민철씨는 ‘난민’으로 불리는 식이다. 회사 이름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생각지 못한 기발하고 위트 있는 사진을 찍는 ‘또라이’가 되자.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니까 또라이 공화국인 거죠. 하하.”

지금은 요식업계의 ‘큰손’들이 앞다퉈 작업을 요청하는 팀이 됐지만 그 시작은 미미했다. 김 집사가 처음 음식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2003년. 어학연수차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 머물던 시절 혼자 끼니를 때우기 위해 요리하는 과정과 음식을 찍어 한 디지털카메라 사이트에 올렸던 게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귀국 후 살뜰히 모아 온 용돈으로 생애 첫 DSLR카메라를 구입한 뒤론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모든 식재료와 음식을 렌즈에 담기 시작했다.

“사진이 좋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어요. 경영학과 졸업 후 한 무역회사에 합격했는데 첫 출근을 앞두고 날벼락처럼 합격취소 통보를 받았죠. 그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되돌아보면 하나님의 계획이었던 것 같습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세계를 만난 계기가 됐으니까요.”

누리꾼들에게 ‘음식사진 덕후(한 분야에 몰두한 사람)’로 불렸던 경영학도의 삶은 거침없이 음식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음식을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선 조리과정과 식재료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당시 생소했던 푸드스타일링을 배우며 완성된 음식에 생기를 불어넣는 훈련을 거듭했다. 2010년 교회 새가족부에서 사진 봉사를 하던 송 집사와의 만남은 토라이의 출발점이 돼줬다.

“처음엔 변변한 스튜디오도 없었어요. 추장네 집으로 출근하면 추장은 당시 둘째였던 갓난아이를 업은 채 요리하고 전 방 한구석에 조명 설치하고요(웃음).”

“족장은 동업자이기 이전에 하나님 앞에서 겉돌기만 했던 제게 복음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사람입니다. 예배 시간은 꼭 지켜야 한다며 수요일 금요일 저녁, 일요일엔 일 못 한다고 해서 일 끝나고 같이 교회 갔다가 오히려 제가 은혜받고 펑펑 울기도 했죠. 그게 이어져서 지금도 일요일엔 교회에서만 카메라를 듭니다.”

렌즈에 담기는 모든 것으로 하나님의 생명력을 전하는 게 토라이의 꿈이라고 입을 모으는 추장과 족장에게서 하나님 공화국을 향한 비전이 엿보였다.

성남=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