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스튜어드십 코드 기사의 사진
국민연금 적립금은 지난 3월 말 기준 625조9000억원이다. 재원은 가입자들이 내는 연금보험료 비중이 가장 높지만 최근 3년을 보면 운용수익도 보험료의 30% 수준이다.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수익률이 6.02%이고 지난해 운용수익만 41조원이나 된다. 국민연금 최대 투자 대상은 채권이지만 국내외 주식에도 약 240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전체 자산의 20.9%인 131조1000억원을 투자한 압도적인 ‘큰손’이다. 국민연금의 지분이 5% 이상인 기업이 276개(2016년 말 기준)나 된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대표적인 노후 안전판이다. 자산 운용의 제1 원칙은 당연히 수익률 극대화다. 투자를 잘해 수익을 내면 낼수록 기금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 부담도 덜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영본부란 산하 조직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데 그동안 주주권 행사는 소극적이고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오는 7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는 달라지게 된다. 이 제도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고객의 이익을 위해 지분을 가진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하는 행동지침이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30일 오너 일가의 일탈행위 여파로 주가가 급락한 대한항공에 기업 가치를 높일 실질적인 해결 방안 제시를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내고 경영진 면담을 추진키로 한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의 예고편이다. 대한항공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2대 주주의 권한을 적극 행사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기업의 가치 향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투자수익률을 높인다면 국민연금이나 해당 기업 모두에게 윈-윈이다. 그러나 정부가 특정 기업을 길들이고 정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을 높일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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