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거래의 기술’ 넘어야 만루홈런 터진다 기사의 사진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모두 친분이 있다. 로드맨은 과거 트럼프가 진행한 리얼리티쇼에 출연한 적이 있고 지난 대선에서는 그를 공개 지지했다. 다섯 차례나 북한을 방문한 로드맨은 ‘농구광’ 김정은을 “독재자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며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리틀 로켓맨’ ‘노망난 늙은이’라며 험악한 설전을 벌였던 지난해 그는 북한을 다시 찾았다. 그러면서 김정은에게 책 한 권을 건네줬다. 트럼프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다. 트럼프 회고록으로 저널리스트 토니 슈워츠와 공저한 이 책은 1987년 출간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32주간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31년 전 나온 이 책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와 김정은이 이 책에서 나오는 11가지 원칙을 실제로 적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로드맨은 이달 초 인터뷰에서 “그 당시(지난해) 김정은은 트럼프에 대해 잘 알지 못한 것 같다. 그 책을 읽으며 트럼프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지금까지 나온 증거들을 보면 트럼프의 스파링 상대인 김정은은 ‘거래의 기술’을 마스터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외교를 게임이나 거래에 비유하고 자신과 상대를 ‘포커 플레이어’로 부르는 협상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북·미 간 협상이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트럼프 특유의 협상 전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책에서 언급한 대로 판이 깨질 것을 감수하면서도 이기는 협상을 위해 도박을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 주도권이 흔들리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직후를 노려 회담 취소 카드를 내던져 효과를 극대화했다. 김정은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판을 뒤집어버렸고 일거에 주도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11가지 원칙 중 ‘크게 생각하라’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를 실전에 그대로 적용해 얻은 결과물이다. 최대한의 압박은 트럼프의 전매특허다. 지난 1월 출간된 그의 저서 ‘어떻게 결정하는가?(Trump never give up)’에 잘 나와 있다. “압박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 게임의 성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상대를 제압하려면 예상하지 못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좋을수록 대서특필하게 된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며 ‘언론을 이용하라’고 주문한다. 그의 언론 활용은 잘 알다시피 트위터를 통해 이뤄진다. 공개하기 어려운 사실들을 트위터에 먼저 올려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최대치로 올린다.

김정은도 거래의 기술을 십분 활용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북한이 게임을 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누구나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김정은이 즐기는 원칙은 ‘지렛대를 사용하라’인 듯하다. ‘벼랑 끝 전술’이 트럼프에 의해 일거에 무너지자 문재인 대통령을 통일각으로 초청하는 장면을 연출해 꺼져가는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렸다. 남한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은 셈이다.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체제 보장을 맞바꾸는 초대형 빅딜을 생각하고 있다. ‘크게 생각하라’라는 원칙에 충실한 모양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였던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고 했다. 북한과 미국이 벌이는 지금의 치열한 수 싸움이 딱 그렇다. 9회 말 쓰리 아웃이 되기까지 수많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게임이 착착 진행돼도 9회까지는 갈 길이 멀다. 세기의 명승부는 부동산 협상에나 통할 ‘거래의 기술’을 넘어서 상대를 존중하고 신뢰해야만 진정 가능하다. 그래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만루 홈런도 터질 수 있다. 페어플레이를 기대한다.

김준동 논설위원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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