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전화 449대 동원 여론조작… 지지율 2배 끌어올려 기사의 사진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서 어린이들이 서울시장·구청장 후보, 시의원·구의원 후보, 교육감 후보들의 선거 벽보를 바라보고 있다. 1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선 시·도지사 17명과 시장·군수·구청장 226명, 광역의원 824명, 기초의원 2927명을 선출한다. 전국 12곳에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실시된다. 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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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전남 지역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A씨는 2월 초 선거운동원 30여명을 동원해 임시 전화 449대를 개설했다. 이들은 임시 전화를 통해 여론조사업체가 실시한 선거 여론조사에 250차례 중복 응답했다. A씨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2월 초만 해도 12.2%였으나 한 달 뒤인 3월 27.5%로 2배 이상 급등했다. 결국 A씨는 이런 여론조사 조작 행위가 적발돼 지난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로부터 고발됐다.

한 여론조사업체는 4월 말 강원지사·교육감선거 여론조사를 하면서 전체 18개 시·군 중 7개 시·군의 유권자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연령과 지역 등 인구비례에 따라 대표성이 있는 표본을 구성한 게 아니라 특정 후보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지역의 유권자를 여론조사 대상에서 아예 배제한 것이다. 이 업체는 7개 시·군에서도 특정 국번으로만 조사했다가 여심위로부터 과태료 3000만원 부과 처분을 받았다.

이처럼 자신과 친분이 있는 선거운동원을 대거 동원해 여론조사에 중복으로 응답하도록 하거나 아예 여론조사 표본을 왜곡한 사례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예외 없이 드러났다.

여심위가 지난해 11월부터 31일까지 7개월간 공직선거법과 선거여론조사기준 위반으로 적발한 건수는 116건이다. 이 중 고발(20건)·과태료 부과(7건)·수사의뢰(3건) 등 비교적 무거운 처분을 받은 30건 중 공표·보도할 수 없는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은 여론조사 업체가 조사한 사례가 8건이었다.

지난해 5월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업체만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됐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여심위에 등록돼 있지 않은 여론조사업체가 실시하는 선거 여론조사는 처음부터 여심위의 관리·감독 범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조작 가능성이 높고, 다른 위반 사례보다 상대적으로 적발하기 어렵다.

왜곡된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카카오톡·페이스북·밴드 등 SNS를 통해 홍보하거나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여론조사 때 성·연령·지역 등을 거짓 응답하도록 권유한 사례도 8건 적발됐다. 젊은 연령대로 속이거나 지역을 거짓으로 대답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과거 자동응답방식(ARS) 여론조사와 달리 최근에는 안심번호를 통한 여론조사 비중이 높아지면서 젊은 연령대 응답을 확보하는 게 점점 중요해지는 추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SNS를 통해 잘못된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단시간에 빠르게 퍼져나갈 우려가 있다”며 “가까운 지인들에게 거짓 응답을 독려하거나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유포하는 것 모두 여론조사 조작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조사 방식과 대상을 여심위에 허위 등록해 과태료 1500만원을 부과 받은 여론조사 기관도 있었다. 자체구축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고도 여심위에는 무작위 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신고하거나, 조사 대상에 19세 미만을 포함해 놓고도 배제했다고 표기한 식이다.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선거 여론조사가 당내 경선 등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점점 높아지면서 갈수록 여론조사 조작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다”며 “여심위가 조사 과정과 결과 발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위반 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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