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미화] 비닐봉투의 역습 막으려면 기사의 사진
지난 4월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해양연구자, 수의사 등 전문가 10여명이 붉은바다거북 폐사체 4구를 해부했다. 2016∼2017년 우리나라 해안에서 발견된 것들인데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서였다. 거북이의 소장에서는 그물, 낚싯줄, 비닐봉투, 비닐 재질의 홍보전단지 등이 들어 있었다. 바다거북이가 소화시킬 수 없는 플라스틱류였다. 스페인에서는 죽은 고래 뱃속에서 29㎏이나 되는 플라스틱이 나온 사례가 보고됐다. 매년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은 500만∼1300만t이나 된다고 한다. 이러니 육지와 바다에서 플라스틱 때문에 귀한 생명이 숨지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폐비닐 수거 중단으로 큰 혼란이 있었다. 국제유가 하락,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분리배출 미흡, 고형연료 생산·사용시설 관리 강화 등이 겹쳐 채산성이 악화되자 수거 업체들이 중단한 것이다. 업체들은 비닐봉투 속에 다른 쓰레기가 많이 들어 있어서 선별하고 재활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가져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수거를 중단했으면서도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시민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재활용품을 직접 관리한다. 지자체가 분리배출된 재활용품을 수거해 직접 판매하고 수익금은 청소 행정에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공동주택 재활용품 처리가 민간 영역에 맡겨졌다. 공동주택에서 배출되는 재활용품은 주민 대표가 수거 업체에 직접 판매했고, 수익금은 아파트 주민들의 복지기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동주택에서 나오는 재활용품 종류와 양을 지자체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공동주택이나 민간 수거 업체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가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

공동주택이 수거 업체와 직접 계약하고 판매하는 재활용품 처리 방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폐기물 수거 중단 사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업체들은 언제든 수거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공동주택이 민간업체와 수거 계약을 체결한 경우 지자체에 계약 내용 등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공동주택 재활용품 수거 현황을 지자체가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거 업체도 공공관리체계에 맞게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폐기물 처리 비용 및 처리 절차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생산자재활용(EPR) 분담금 등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청할 여건을 갖출 수 있다. 시민들도 비닐봉투 속에 다른 쓰레기가 들어 있어서 안 가져간다는 수거 업체의 논리에 명분을 주지 않도록 철저히 분리배출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사용하는 비닐봉투는 연간 약 50만t인데 분리배출을 통해 재활용되는 양은 38만t으로 추정된다. 분리배출이 안된 비닐봉투 12만t이 떠돌며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폐비닐은 시간이 흐르면 입자가 작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돼 떠돌다 먹이사슬을 통해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생명을 위협하는 비닐봉투의 역습을 막으려면 사용량을 줄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면 분리배출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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