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권기석] 한국 경총의 수난 기사의 사진
국내 유일의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970년 설립됐다. 경총 사무국은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사무실을 두고 4300여 회원사를 대리해 노사 문제를 다룬다. 반세기 가까운 경총 역사에서 올해만큼 수난을 겪는 해는 없었을 것 같다. 경총은 최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정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는 과정에서 혼쭐이 났다.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갑자기 이 문제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했다가 중소기업중앙회 등 다른 경제단체의 반발을 샀다. 여야 의원들도 ‘최저임금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국회로 넘어온 안건인데 다시 돌려보내는 게 말이 되느냐’며 황당해했다. 경총은 결국 하루 만에 “조속히 국회에서 결론을 내달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 소동은 송영중 경총 상임부회장이 ‘양대 노총과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실무진이 반대한 의견을 밀어붙인 데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송 부회장은 노동부 관료를 지낸 경총 외부 출신으로 선임된 지 두 달이 안됐다. 곡절 끝에 법이 통과됐지만 국회와 다른 경제단체가 경총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경총은 지난 2월에도 자중지란을 겪었다. 신임 회장이 내정됐다고 알려졌지만 이튿날 회원사 대표가 모인 총회에서 없던 일이 됐다. 내정됐다던 인사의 인터뷰까지 보도가 된 뒤였다. 진짜 내정된 게 아니었던 셈인데, 그렇다면 왜 경총 사무국이 앞서 쏟아지는 내정 보도를 지켜만 보고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전임 상임부회장이 뜻에 맞는 인사를 내세워 내정설을 흘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사태 직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건의 소동은 별개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구도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총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력과 그에 맞서는 세력이 충돌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송 부회장은 전자에, 전임 부회장을 따르던 사무국 직원들이 후자에 속한다. 내부 힘겨루기 탓에 경총 관련 뉴스가 자고 나면 달라지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경총이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주 많다. 경총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시도에 여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이와 관련해 처음으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수사가 진척될수록 경총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 명료해질 것이다. 하지만 회원사 수천 곳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을 아예 저버리는 것도 어색해 보인다. 경총이 사무국 개혁과 회원사의 이익 사이에서 정밀한 균형 지점을 찾길 바란다.

권기석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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