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혁신으로 국민 신뢰 얻는 공직사회 꿈꾼다 기사의 사진
지난 1일 전북 완주군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부혁신담당관 워크숍’에서 혁신행정담당관들이 정부 혁신을 망치는 요인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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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전북 완주군의 지방자치인재개발원. 38개 중앙부처·기관과 38개 광역·기초 지자체의 혁신 담당관(과장급) 76명이 7명씩 둘러 앉아 분임 토의를 시작했다. 행정안전부가 전국 혁신담당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부혁신 담당관 워크숍’의 이틀째 날이었다. 정부는 전 부처·기관과 지자체에 과장급 혁신 담당관을 운영하며 이들을 중심으로 조직 내 혁신 아이디어를 공유토록 하고 있다.

무대 중앙 스크린에 ‘정부혁신을 완벽히 망치는 7가지 방법’이라는 주제가 등장했다.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정부 혁신을 위한 과제를 설정하기 위해서다. 각기 소속이 달라 부서나 지자체에 따라 퍽 다른 상황에서 일을 하던 이들이었지만 참석자들은 정부 혁신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A씨는 “공무원만 잡는 혁신은 진정한 혁신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참여가 없는 혁신, 위에서 내려오는 톱 다운(top-down) 방식의 혁신이 진정한 정부 혁신을 망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조에 앉아 있던 다른 참석자들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참석자들은 혁신에 대해 부처 장관이나 지자체장들의 관심이 없는 것도 혁신을 망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성과를 위한 혁신, 빨리 결과를 내기를 원하는 혁신 등도 혁신 업무를 하는 데 어려움으로 꼽혔다.

공무원 조직 문화 자체가 혁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반성도 나왔다. B씨는 “각자 업무로 바쁘다 보니 혁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도 ‘해봐야 달라질 게 없다’는 냉소적 자세를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여주기식의 혁신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시간에는 ‘정부 혁신을 이룬 10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주제로 토의가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자유롭게 메모지에 아이디어를 적어 이를 붙이기 시작했다. C씨는 “혁신이 완성된 뒤의 정부 조직은 ‘일이 즐거워지는 조직’이 될 것 같다”며 “부처와 부서 간 업무 경계가 허물어져 일을 즐겁게 하고 공무원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혁신에 결국 국민들의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은 대다수였다. 정부와 공무원 조직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회복되는 모습은 혁신담당관들이 그리는 ‘혁신 청사진’에 필수적인 모습이었다. D씨는 “요새는 공무원이라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는 10년 뒤라면 국민의 신뢰도 높아지지 않을까 한다”며 “국민이 칭찬하고 행정에 박수를 보내주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지는 모습을 그려본다”고 말했다. E씨는 “관공서가 국민들에게 ‘찾아가고 싶은 곳’이 되고 공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존중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혁신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에 정부 혁신 3가지 핵심 가치가 제시됐다. ‘사회적 가치’와 ‘참여와 협력’, ‘신뢰 정부’를 핵심으로 추진하면 정부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F씨는 “혁신이 계속되면서 ‘혁신’이라는 단어 자체가 공무원 조직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정부혁신계획서나 혁신 정도를 따지는 정부 평가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 2월 행안부는 전국 5∼7급 혁신 담당자를 대상으로 ‘정부혁신 해커톤’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로부터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고, 혁신 과제로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지난 3월 2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회 정부혁신 전략회의’에서는 해커톤에서 나왔던 현장 공무원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종합 추진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평소 “공무원들 스스로 의지와 열정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현장 공무원에 이어 이른바 ‘중간 직급’인 과장급 혁신 담당관을 대상으로 혁신 아이디어를 더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현장에는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도 참석했다. 하 수석은 직접 분임 토의에도 참여하며 참석자들과 정부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눴고 혁신을 위한 실천 주제를 질의응답 형태로 진행하는 ‘열린 대화’에도 참여했다.

행사에 참여한 최재용 전북도청 기획조정관은 “평소 회의 자료를 통해서 정부 혁신에 대해 접하긴 했지만 정확히 무엇이 혁신을 위한 가치인지 감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워크숍을 토대로 혁신에 필요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혁신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송상락 행안부 정부혁신기획관은 “강의 형태가 아니라 참석자들이 정부 혁신을 위한 정책을 직접 제안함으로써 정부 혁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공무원뿐 아니라 국민도 직접 정부 혁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완주=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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