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항생제 꼭 필요한 때만… 의사 지시 없는 사용은 ‘금물’ 기사의 사진
전진학 메디플렉스세종병원 감염병센터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입원 환자 회진 중 한 병실에 들러 발목관절 감염 환자의 치료 경과와 항생제 사용에 대해 전담 간호사와 의논하고 있다. 메디플렉스세종병원은 4인 병실에도 병상 간 격벽과 집중간호 구역을 설치, 철저한 환자 안전관리 및 2차 감염 차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권현구 기자
메디플렉스세종병원 감염병센터 전진학(70) 센터장은 감염 및 의료 질 관리 전문가다. 특히 수술부위 감염, 혈류감염, 신종감염병 차단, 다제내성결핵 치료 등 의료관련 감염 방지 및 환자안전 관리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의사다.

전 센터장은 1973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메드스타 유니온 메모리얼병원 내과에서 전공의 수련을 받았다. 뉴욕 스태튼 섬에 있는 미국연방보건병원(USPHS) 감염내과장, 켄터키 루이빌의대 내과 조교수, 매사추세츠 보스턴의대 임상 조교수로 일했다. 매사추세츠주 메트로웨스트 메디컬센터 감염내과장 및 감염관리위원장도 지냈다.

전 센터장은 2009년부터 10년째 국제 의료기관 인증 기구(JCI)의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JCI는 전 세계 의료 기관을 대상으로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퇴원하기까지 겪게 되는 모든 과정에서 안전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기관이다.

전 센터장은 현재 동남아 지역 병원들을 상대로 JCI 인증 컨설팅은 물론 의료 질 관리모델, 환자안전문화 조성, 의료관련감염 저감대책 등에 관한 교육훈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안전 블로그 ‘세이프 메드’(blog.naver.com/safemed)도 운영 중이다.

전 센터장은 4일 “의료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환자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체제를 메디플렉스세종병원에 확보함으로써 원내 전 구역을 감염위험 제로지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 병원은 현재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초급성 감염병의 원내 유입 및 전파 차단을 위해 각 층마다 양·음압 병실을 운영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 병실도 병상 간 격벽 설치와 동시에 4인실 단위로 집중간호구역을 배치, 국내 최고수준의 감염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항생제 다제내성균과 다제내성 결핵문제, 해외여행인구 증가와 더불어 날로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신종 감염병 문제 등에 대해 전 센터장에게 물어봤다.

항생제 남·오용 문제 심각

전 센터장은 “무엇보다 항생제 남·오용으로 발생하는 다제내성균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항생제를 남용하면 병균도 약물에 내성이 생기고 어떤 약을 써도 치료가 잘 안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되는 까닭이다. 항생제 다제내성균이란 3개 이상의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 병균을 가리킨다.

전 센터장은 “항생제 다제내성균은 건강한 일반인보다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에게 더 안 좋다”며 “항생제를 바꿔 써도 약발이 듣지 않아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써야 하는 이유다. 물론 환자도 의사의 지시 없이 임의로 항생제를 사용해선 안 된다.

손 위생 관리를 늘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병원을 드나들 때, 환자와 접촉할 때는 손부터 깨끗이 씻어야 한다. 전 센터장은 “철저한 손 위생관리 없이는 중심정맥관 감염, 인공호흡기 감염, 요도감염 등 의료관련 감염의 근절이 힘들다”고 강조했다.

OECD 1위 오명 결핵관리도 시급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환자 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제일 높다. 표준 결핵치료제를 두 가지 이상 섞어 써도 치료가 힘든 다제내성결핵 감염자 수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7년 결핵환자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국내 결핵환자 수는 총 3만6044명으로, 인구 10만명 당 70.4명꼴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다제내성결핵 환자 수는 689명을 기록했다.

다제내성결핵은 표준 치료제 ‘아이나’ ‘리팜핀’ 등으로 더 이상 효과를 볼 수가 없는 단계다. 이때는 ‘퀴놀론’ 등 2차 약제를 써야 하고 장기간 주사제 처방도 필요하다고 전 센터장은 지적했다. 치료 기간이 12∼18개월로 길고 처음 3개월 동안은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국외유입 외래 감염병도 급증 추세

해외여행이 잦아지면서 이름조차 생소한 아열대 풍토병을 포함해 국외유입 외래 감염병에 걸리는 환자들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몇 년 전 메르스 사태로 큰 홍역을 치렀고 중국산 수입식품 때문에 수백 명이 집단으로 세균성 이질에 걸린 사건도 있었다. 둘 다 사람 또는 물건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감염병에 대한 주의와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외래 감염병 중 가장 흔한 것은 뜻밖에도 뎅기열이다. 2016년 기준 점유율이 58%다. 이어 말라리아(13%) A형간염(5%) 세균성이질(4%) 지카바이러스감염증(3%) 등의 순서다.

국가별로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등 아시아 지역이 전체의 약 83%를 차지한다. 우간다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지역은 약 10% 정도다.

동남아 풍토병 뎅기열 토착화 우려

전 센터장은 이들 외래 감염병 중에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 여행객에게서 주로 유입되는 뎅기열을 꼽았다. 우리나라 기후가 점차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있어 뎅기열이 말라리아처럼 토착화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전 센터장은 “뎅기열 역시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이라며 “철저한 전파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확인된 신규 뎅기열 환자 수는 313명이다. 2015년(255명) 대비 58명(12.3%) 늘어났다.

2010년 법정 감염병 목록에 등재된 뒤 2012년 국내에서 처음 환자가 보고된 라임병(Lyme Borreliosis) 감염자도 늘고 있다. 2012년 3명, 2015년 9명, 2016년 27명으로 증가했다. 북미지역에서 흔한 이 병의 원인은 진드기가 옮기는 ‘보렐리아균’이다. 속칭 ‘여름독감’으로 불릴 정도로 감염 초기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 밖에 여행자들이 흔히 겪는 설사병, 피부 질환, 기생충 및 계절성 호흡기 질환 등도 조심해야 한다. 전 센터장은 “계절성 호흡기 질환 중에선, 조류독감이 반복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인천=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