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법원행정처의 민낯 기사의 사진
대법원 산하에는 5개의 기관이 있다. 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사법정책연구원, 법원공무원교육원, 법원도서관이 그것이다. 가장 주목받은 조직은 법원행정처다. 최근 재판 거래 의혹의 중심에 있어 더욱 그렇다. 법원조직법 제19조를 보면 행정처는 법원의 인사와 예산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돼 있다. 지원부서인 셈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3000명가량의 법관 중 30여명의 엄선된 엘리트 판사들이 모인 곳이 행정처다. 인사와 예산, 사법행정까지 가지고 있어 권한이 막강하다. 처장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중에서 임명하도록 돼 있다. 처장을 맡은 대법관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 전원 합의체 판결에서도 배제된다. 송무(訟務)에는 손을 떼지만 대법관회의에서의 발언권은 누구보다 세다. 처장이 부대법원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처장은 1949년 법원조직법이 처음 만들어진 이후 30여년 동안 별정직이었다. 그러다 81년 법 개정을 통해 현재처럼 대법원장이 대법관 가운데 임명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2005년 행정처 비대화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정무직(국무위원급)으로 한 차례 개정이 이뤄졌지만 2년 만에 원상 복귀됐다.

행정처는 판사들의 승진 코스다. 처장 아래 차장은 대법관 ‘0순위’로 꼽힌다. 역대 34명의 차장 중 27명이 대법관(23명)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승진했다. 이용훈·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에서 근무한 전·현직 판사 456명을 전수 조사해 보니 100%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이렇다 보니 행정처 근무를 선호하는 판사들이 많아졌고, 일단 이곳에 발을 들인 판사들은 대법원장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해 애쓴다.

소위 잘나가는 극소수 법관들만의 영역이던 행정처가 사법부 개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최근 대국민 담화에서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한 대책으로 대법원과 행정처의 인적·물적 분리 방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대법관이 처장직을 겸임하도록 한 현행 인사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행정처를 대법원 청사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조치다. 사법부 개혁은 대법원장 한 사람만의 결단이 아니라 국민과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제왕적 권한도 스스로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도 되찾을 수 있다.

김준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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