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조준모] 산업 4.0정책 없는 청년고용 없다 기사의 사진
산업4.0시대에 각국 정부는 기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산업정책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첨단 정보기술(IT) 굴기를 추진 중이다. 국가의 막강한 지원으로 3대 인터넷 업체인 텐센트는 삼성전자를 앞서 주총 기준 세계 톱10 기업으로 성장했다. 화웨이의 신제품 메이트10은 세계 최초로 첨단 인공지능(AI)과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다. 지난 4월 바이두는 3년간 10만명의 AI 인재를 양성한다고 선언했고 알리바바는 AI 분야에만 약 16조원을 투자한다. 중관춘과 선전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고 있고,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기업 수는 이스라엘을 넘어 100개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은 산업4.0의 기술 변화에 전통 근로문화의 적응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최근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일본 재흥(再興)전략’의 저자 오치아이 요이치는 산업4.0의 작업방식을 전통적인 모노즈쿠리(장인정신)와 충돌되지 않도록 한 직업만을 파는 오타쿠에게 다양한 근로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화이트칼라의 벤처창업 능력을 배양해 신기술 트렌드에 근로자들의 적응도를 높여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난 5월 31일 중의원을 통과한 근로시간 단축도 최소한의 총량 규제,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무에는 예외조항을 두는 유연한 근로시간 단축 등이 포함돼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인력 부족 악화로 번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근로시간 유연화 프로그램들을 가동, 생산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 가고 있다. 경직적 규제와 노사관계로 말미암아 탄력적 근로시간 사용률이 3.4%에 불과한 우리와 대조된다.

유럽 국가들은 기업들의 유턴을 도모한다. 개도국에 진출했던 독일의 아디다스와 보쉬는 유턴해 로봇화 공장을 세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IT 대기업 CEO들을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IBM으로부터 AI·클라우드 컴퓨팅 분야 1800명 채용과 구글로부터 IT 전문가 양성을 위해 1080억원을 유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유턴기업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고 구글, 애플, GE, GM 등 기업들이 미국으로 리쇼어링을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지난 5월 초 한국을 방문해 107조원의 비전펀드 스타트업 투자처를 물색하는 손정의 회장에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 투자 확대를 요청했지만 그는 연기금과 협력할 수 있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세계 주요국 민간 연구·개발(R&D) 투자 총액 대비 조세지원액 비율이 한국은 7.4%로, 캐나다(21.2%) 프랑스(17.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물망 규제를 피해 국내 첨단 기업들은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 프랑스의 제록스 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해 AI연구 허브를 마련하고, 홍콩에도 AI연구소를 오픈했다. 삼성전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AI연구소를 세웠고 이어서 파리에 AI센터 설립을 결정했다.

청년 일자리가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산업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허가받은 것 이외에 해서는 안 된다는 촘촘한 산업·노동 규제의 경직성은 산업생태계의 자율적인 발전을 질식시키고 있으며, 청년 일자리를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산업부와 공공기관이 연간 25조5000억원의 예산을 청년고용 기업에 지원한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청년수당을 쏟아내고 중앙정부도 고용촉진 장려금, 일자리 함께하기 지원, 전문인력 고용지원, 중소기업 청년 추가장려금, 청년 내일채움 공제 등 이름도 헤아리기 어려운 많은 보조금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산업 존망의 기로에 선 현 시점에서 일시적인 지원금, 보조금으로 만들어낸 청년 일자리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미래 먹거리 기술 투자를 배가하기 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 굵은’ 산업정책 없이 우리 청년들을 산업4.0의 기술 리더로 성장시킬 수는 없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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