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권혁철] 北 비핵화 비용 부담, 원칙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며칠 후면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우리 특사에게 비핵화 회담 의사를 내비친 지 3개월 만이다. 과연 ‘비핵화’라고 포장된 판도라의 상자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완전한 비핵화’라는 희망일까, ‘가짜 비핵화’라는 재앙일까. 그날은 핵 없는 평화를 누릴 것인지, 아니면 핵 인질로 살아야 할 것인지가 결정되는 ‘대한민국 운명의 날’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싱가포르 회담이 시작도 되기 전에 비핵화 비용 문제가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미국의 대북 경제 지원을 묻는 기자 질문에 “한국이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할 것이고 중국과 일본도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한국과 일본에는 “미리 준비해둬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계기다. 국내에서는 ‘왜 우리가 그 천문학적인 비용을 다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불만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 정부가 대북 경제 지원을 도맡아 할 것인지, 경제 지원 외 다른 비핵화 비용 문제는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가 어떤 원칙을 세웠는지 확인이 안 된다.

그렇다면 북한 비핵화에 실제로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되며 그 비용 중에서 우리가 부담해야 할 적정 비용은 얼마나 될까. 우선 북한 비핵화에 소요되는 비용은 핵무기 해체 등에 소요되는 직접비용, 경수로 건설 지원과 같은 간접비용, 경제 원조와 같은 보상비용으로 구성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 지원은 보상비용에 해당된다. 필자가 지난 4월 국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북한 비핵화에 드는 총비용은 10년간 약 200억 달러(약 21조원)로 직접비용 50억 달러, 간접비용 70억 달러, 보상비용 10년간 50억∼100억 달러로 추정된다.

한국이 분담할 금액은 얼마나 될까. 국가별 분담 비율은 비핵화로 인해 얻게 될 각국의 이익과 비례해 결정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핵 위협에서 벗어나는 한국이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관련 국가들도 적지 않는 이익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중장거리 핵미사일 위협과 핵 확산으로부터의 안전을 얻고, 일본은 중거리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고, 중국은 오랜 골칫거리를 없앤다는 점에서 수혜국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해 필자는 우리가 분담할 적정 비율을 40%로 본다. 이 비율은 1990년대 경수로 사업비 분담 비율을 고려한 것인데, 당시 한국의 분담 비율인 57.8%보다 17.8% 포인트 낮은 수치다. 당시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가 비용 부담에 추가로 동참함으로써 비용 분담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계산된 우리나라의 분담금은 10년간 매년 8억 달러다. 정부는 향후 관련국들과 국가별 분담 비율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50% 이상을 부담하지 않도록 협상할 필요가 있다.

적정 부담률을 정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분명한 목적과 원칙을 가지고 비핵화 비용을 집행하는 것이다. 첫째, 비핵화 비용은 투명성 있게 집행돼야 한다. 어떤 이유로도 은밀한 거래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 둘째, 비핵화 비용은 완전한 비핵화의 경우에만 제공해야 한다. 가짜 CVID로 밝혀지면 비용 지불을 보이콧해야 한다. 셋째, 비핵화 비용은 북한이 조기에 포만감을 갖게 되어 비핵화 의지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철저히 계산되고 절제된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 넷째, 비핵화 비용은 현금 지급을 최소화해 한다. 현금은 북한 주민이 아니라 북한 정권에 직접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목적과 원칙에 따라 비핵화 비용을 집행한다면 비용 부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염려가 줄어들 것이며 소위 ‘퍼주기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비핵화 비용이 낭비가 아니라 ‘평화의 비용’인 동시에 북한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권혁철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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