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송세영] 훈육, 어떻게 해야 하나 기사의 사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SBS가 2006년 11월부터 10년간 방영했는데 시청률이 아주 높진 않았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겐 반향이 컸다.

주인공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통제 불능의 작은 폭군들이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고래고래 악을 쓰거나 화가 나면 손에 잡히는 것을 다 던져버리는 아이, 어른을 발로 차고 주먹질까지 하는 아이들 앞에서 부모는 쩔쩔맸다. 아이를 강압적으로 억누르거나 폭력적으로 대하는 부모들도 있었지만 상태는 나빠지기만 했다.

절망적인 상황에 제시된 전문가의 상담과 솔루션은 놀라웠다. 부모가 달라지고 아이들까지 180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통쾌함을 느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육아에서 감정 코칭이 중요하다는 걸 처음 배운 부모들이 많았다. 육아에도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우스개까지 나왔다.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생각의자’였다. 의자에 혼자 앉혀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만으로도 훈육의 효과가 있었다. 버릇없는 아이는 매로 다스려야 한다고 여겨온 부모들에겐 반성의 기회가 됐다.

이 프로그램이 종영된 지도 2년6개월이 지났다. 죄 없는 아이의 목숨까지 앗아간 참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어린이집 원장이나 교사가 아이들을 학대하는 현장이 촬영된 CCTV 영상이 공개될 때마다 공분이 일었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7일부터 한 달간 기획기사 ‘훈육과 학대의 갈림길’을 3부 10회로 보도했다. 법원의 판결문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오늘날 육아 현장에서 아동학대 문제를 점검해보자는 취지였다. 취재 결과 법적·제도적으로 진일보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사회적 인식도 나아졌다.

문제는 훈육과 학대의 경계선 위에서 고민하는 부모나 교사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모호하거나 엇갈리는 법 규정, 재판부나 사안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법원 판결, 부모들의 수요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육아 지원 등이 문제를 가중시켰다.

일본 몽골 프랑스 캐나다 등 해외 현지 취재를 통해 이들 국가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달랐다.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 사건이 불거지면 일시적으로 관심이 높아질 뿐, 올바른 훈육법은 무엇인지나 체벌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논의가 없었다. 법률 간의 불일치, 법률과 현실의 배치, 당위와 현실의 충돌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 관심,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가 없으면 국회도 정부도 움직이기 어렵다. 그새 가정과 보육 및 교육 현장에선 훈육과 학대의 기준이나 체벌의 정당성을 둘러싼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서둘러야 할 것은 훈육과 학대 문제의 공론화다. 이를 바탕으로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초점은 아이들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예방하는 데 둬야 한다. 부모들과 교사들이 자칫 범죄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올바른 훈육법을 제시해야 한다.

법원의 역할도 중요하다. 법원의 판결에선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일관성 있게 유지해줘야 한다. 피고인이 운이 나빠서, 비싼 변호사를 쓰지 못해서 유죄가 나왔다고 생각하게 해선 안 된다. 법원이 이번 판결문 분석에서 드러난 문제점부터 공유하고 양형 요소들에 대한 재검토에 나섰으면 좋겠다.

아이를 사랑으로 훈육하려는 부모들의 선의가 비뚤어진 결과를 낳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육아와 훈육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원하는 부모는 누구나 상담 받을 수 있고 필요하면 현장에서 코칭을 받을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육아법을 가르치고 문제 해결을 컨설팅해 주는 상담사도 더 많이 육성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출연했던 아이들은 잘 자랐을까. 폭군으로 되돌아가진 않았을까. 궁금해진다.

송세영 사회부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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