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임성빈] 신앙인과 나라사랑 기사의 사진
과연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후 사람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예수 믿으면 근심 걱정이 없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세상 어떤 것도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고 했던 성숙한 신앙인, 바울조차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참말을 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내 양심이 성령을 힘입어서 이것을 증언하여 줍니다. 나에게는 큰 슬픔이 있고, 내 마음에는 끊임없는 고통이 있습니다. 나는, 육신으로 내 동족인 내 겨레를 위하는 일이면, 내가 저주를 받아서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달게 받겠습니다.”(롬9:1-3) 그렇다. 신앙이 좋아지면 근심이 없어진다는 것은 다른 차원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세상 근심, 즉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을 추구하기 위한 근심은 신앙 성숙과 함께 적어진다. 그러나 신앙의 성숙은 자기 혼자나 내 가족, 가까운 사람들이 구원받고 편히 사는 것이 족하다는 자기중심적 태도를 넘어선다. 성숙한 신앙인은 이웃과 사회와 민족을 생각하며 기도하고, 자신이 가진 것으로 없는 자들과 나누며 사는 삶으로의 전환, 즉 회개의 삶으로 나아간다.

특별히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며 우리는 이 민족과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과 삶을 헌신한 신앙의 선조들을 기억한다. 한국교회 기초를 일구었던 신앙의 선배들은 새벽마다 엎드려 기도할 때 하나님 나라와 함께 민족을 위해 기도했다. 최초의 교회인 소래교회는 주일마다 태극기를 함께 내걸었다. 나병을 천형이라 하여 저주받고 철저히 소외됐던 소록도의 신앙인들도 손양원 목사님과 함께 새벽기도회와 주일예배뿐만 아니라 매일 논과 밭에서 일하면서 일정한 시각에 종소리가 울리면 함께 민족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던 아름다운 신앙 전통을 한국교회는 가지고 있다.

오늘날, 심화되는 갈등 사회 속에서 이 민족의 신앙인들이 감당해야 할 몫은 그래서 더욱 크다. 무엇보다 자기중심적 태도에서 비롯되는 작은 근심에서 벗어나 이웃과 사회와 나라를 위한 큰 근심을 하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사도 바울이 그러했듯 우리도 이 세상을, 특별히 우리 겨레의 구원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온전한 구원은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이뤄지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작 이스라엘이 처음, 구원 사역을 위해 선택되었으면서도 구원을 이루지 못했던 이유는 그들이 온전한 구원의 의미를 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님이 계획하신 온전한 구원의 목표, 즉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라는 말씀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세계 구원의 사역을 위해 선택된 도구로서의 자신들의 위치를 잊고, 자신들만이 유일하게 구원의 대상이 되는 민족이라는 잘못된 닫힌 민족주의를 고집하고 있었다. 이런 편협한 민족주의야말로 이스라엘로 하여금 일찍이 선택됐으나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원받아야 할 민족이 되고 만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결국 그들의 문제는 열심의 부족이 아니라 올바른 지식의 부재에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오늘 대한민국의 교회와 신앙인들이 새겨야 할 큰 교훈을 준다. 우리의 삶과 신앙의 목표는 나와 이웃과 나라를 향해 넓혀져야 한다. 그리고 그 넓어짐은 민족을 넘어 열방과 온 세계를 향한 하나님 나라의 비전으로 확장돼야 한다. 신앙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하나님을 깊이 알아가는 것을 뜻하며, 그것은 곧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이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관심으로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이제 작은 근심을 넘어 큰 근심으로 나아가는 이 땅의 신앙인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온전한 구원을 이뤄가는 예수 믿는 사람들, 겨레 사랑뿐만 아니라 온 세계를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비전을 품고 힘써 기도하고 삶으로 살아내는 성숙한 신앙인이 더욱 많아지는 한국교회가 되어가기를 소망한다.

임성빈 장로회신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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