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이성규] ‘세기농’보다 못한 경제팀 기사의 사진
세종기자농구팀이라고 있다.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만들어진 세종 상주 기자들의 농구팀이다. 줄여서 ‘세기농’이라고 하는데 농기계회사 이름처럼 느껴지듯 서툰 아마추어 팀이다. 정부부처 팀들과 함께 여름 리그를 뛰는데 지난주에야 첫 승을 신고했다. 뜬금없이 세기농을 얘기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팀이 세기농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제 창단 5년 차인 세기농에 비해 경제팀은 올해로 70년째를 맞는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팀이다. 그런데 최근 이 팀의 플레이는 기대 이하다.

우선 팀워크가 꽝이다. 스타플레이어는 즐비한데 팀플레이가 되지 않는다. 스타플레이어가 빛나기 위해서는 조연이 필요하다.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불스팀에는 스카티 피펜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경제팀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 죄다 스타플레이어들뿐이다(본인을 현 경제팀의 스타라고 생각하는데 ‘식스맨’ 취급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사과드린다). 이 5명의 스타가 서로 어시스트할 생각 없이 경쟁적으로 슛만 날린다. 슛이 림을 벗어나면 서로 남 탓만 한다.

한 달여 전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불거진 후 아슬아슬하던 팀워크는 산산이 부서졌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하자 이 부위원장은 기자들 앞에서 “부총리는 신의 영역에 있느냐”고 반박했다. 세기농은 게임에서 져도 최소한 같은 팀원을 비아냥거리지는 않는다. 경제팀의 선수 기용에도 문제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소득분배 악화 개선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경제점검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참석 대상에 없었다. 현 정부 국정운영5개년계획에는 핵심 국정과제로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가계부채 위험 해소(금융위)’라고 적시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위원장을 뺀 이유에 대해 “금융위는 이번 회의와 별로 관련이 없다”고 했다.

‘원 팀 원 보이스(voice)’는 진즉에 없어졌고 이를 추스를 컨트롤타워는 불분명하다. 세기농 같은 팀도 ‘단장-감독-총무’의 시스템이 정립돼 있는데 경제팀은 누가 도대체 리더인지 모르겠다. 지난해 ‘김동연 패싱’ 논란이 불거졌을 때 문 대통령이 “컨트롤타워는 김 부총리”라고 교통정리가 되는 것 같더니 요즘 또다시 안갯속이다. 청와대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해(지난달 29일 긴급 경제점검회의 직후)”라고 밝혔다가 이틀 뒤에는 소득주도성장은 장 실장, 혁신성장은 김 부총리로 가르마를 탔다. 가만있을 김 부총리가 아니었다. 그는 지난 5일 ‘항명성’ 반차를 낸 뒤 “(2개 모두 부총리가 챙기는 것이) 당연하다. 모두 긴밀하게 얽혀있다”고 밝혔다. 7일에는 청와대 참모들을 불러 소득분배 관련 경제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갑자기 개최된 간담회가 정말 긴급을 요했는지, 아니면 ‘컨트롤타워는 부총리’라는 것을 알리려는 목적에서인지 감이 안 온다. 팀이 망가지면 쇄신이 필요하다. 세기농은 연패가 길어지면 감독이 ‘형식적으로나마’ 사의를 표명하고 팀원들이 재신임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런데 이 팀은 온 국민이 팀워크가 망가진 걸 아는데 자신들 스스로만 문제가 없다고 우기고 있다.

최근 경제팀 내홍을 보면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이헌재 경제부총리 낙마 사태가 떠오른다. 당시 ‘기업 부민(富民)’을 내세운 이 전 부총리는 분배 우선론을 중시한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등 청와대 개혁그룹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 전 부총리는 13개월 만에 낙마했다. 지금이 그때와 다른 점은 권력을 쥔 쪽이 관료 출신 김 부총리를 바꿀 자신감도 없고, 부총리 역시 자신의 소신과는 맞지 않지만 실업자가 될 마음은 없는 듯싶다. 이들의 ‘어색한 동거’에 국민들만 짙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한계에 도달한 제조업 현실 등 한국 경제의 앞날은 암울하다. 경제팀의 리빌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규 경제부 차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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