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영관 세종병원 회장 “북한에 의료진 파견해 심장병 어린이 수술 추진” 기사의 사진
팔순의 나이에도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메디플렉스세종병원 박영관 회장. 그는 북한 심장병 어린이 구호사업 외에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삼을 심장부검표본을 전시할 심장박물관을 건립하는 데 여생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권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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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북한의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사업도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경기도 부천 세종병원과 북인천 메디플렉스세종병원을 운영하는 혜원의료재단이 북한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영관(80)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메디플렉스세종병원 회장은 “여건이 허락된다면 북한 어린이 돕기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평양 조용기심장병원 프로젝트를 재추진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협력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서전 ‘심장병 없는 세상을 꿈꾸다’(사진)를 펴낸 것을 계기로 지난 4일 국민일보에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을 일군 과정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다.

그의 책에는 2008년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와 뜻을 같이 해 국내외 불우 심장병 어린이들을 도와온 이야기가 여러 페이지에 걸쳐 언급돼 있다. 박 회장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하면서 맺어진 인연이다.

세종병원은 앞으로 가능한 한 의료진을 직접 북한에 파견해 심장병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북한 어린이들을 현지에서 직접 수술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려종합병원 등 현지 병원의 시설을 이용하는 방법, 조용기심장병원과 같은 신축 병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예상된다.

박 회장은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해 열악한 북한의료 지원계획을 추진 중인 국내 여러 기관들과 협력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단계”라며 “의료진 파견 등에 적지 않은 경비가 들겠지만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북한의 심장병 어린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평양 조용기심장병원은 2007년 12월 4일 평양 대동강구역 동문2동에 지하1층 지상7층 연면적 2만㎡, 260병상 규모로 착공했으나 2010년 3월 북한에 보내는 모든 물자 수송을 금지한 정부의 5·24 조치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인근에 평양산원과 고려종합병원, 김만유병원 등이 들어서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

박 회장이 1982년 설립한 세종병원은 국내에서 웬만한 대학병원 이상의 ‘상급 의료기관’ 대우를 받는 보건복지부 지정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이다. 대학병원들도 까다로운 심장수술 환자를 의뢰하는 병원으로 입소문이 나있다. 개인병원이지만 개원 초기부터 임상진료 못지않게 심장연구와 의료진 교육훈련에도 비중을 두고 힘써온 덕분이다.

세종병원은 개원한 지 5년 만인 1987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인공심장을 송아지에 이식해 45일간 생존시킨 기록을 갖고 있다. 1988년엔 뇌사자 심장판막을 국내 최초로 이식하는 데, 1994년엔 서울아산병원·서울대병원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뇌사자 심장을 이식하는 데 각각 성공했다.

세종병원은 1984년부터 사망 환자 가족의 양해를 얻어 심장을 부검한 뒤 심장병의 진단, 수술, 수술 후 처리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면밀히 검토한 기록과 심장부검 표본을 연구용 및 교육용으로 보관해오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 보유 중인 심장부검 표본이 120본이나 된다. 세계 최다 수준이다. 앞으로 이 표본을 국내 최초 심장박물관 건립과 해외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용 및 전시용, 연구용으로 이만한 게 없다고 믿어서다.

70%는 한 번 수술로 완치

박 회장은 국내 최고 수준,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 경영자에 머물지 않고 불우 선천성심장병 어린이들을 돌봐주며 인술(仁術)을 실천해온 의사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세종병원 지원으로 무료수술 치료를 받고 새 생명을 얻은 심장병 어린이만도 국내외를 합쳐 2만5000여 명에 이른다.

그는 이제 불우 심장병 어린이 돕기 대상에 북한의 심장병 어린이들도 본격적으로 보탤 생각이다. 그동안 냉전 무드로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돕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었던 아이들이다.

박 회장은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한의 어린이들도 심장병 공포가 없는 세상에서 밝게 웃으며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1982년 세종병원 설립 당시 치료가 필요한 국내 심장병 어린이 환자 수는 2만여명이었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지금은 그 숫자가 확 줄어들었다. 신생아들 외엔 선천성 심장병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의 약 70%는 단 한 번의 수술만으로 평생 불구 위험에서 벗어나 정상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바로 폐동맥고혈압을 동반하는 심실 및 심방 중격결손증과 동맥관개존증 환자들이다. 나머지 30%는 복잡기형이라 성장에 맞춰 두세 차례 더 수술이 필요하다.

박 회장은 북한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평양 조용기심장병원 프로젝트 등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우리의 심장병 수술 지원계획도 본궤도에 오르면 향후 15년 이내 북한의 심장병 어린이 10명 중 7명은 수술을 받고 정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아시아 최고 심뇌혈관병원 꿈꿔

박 회장은 요즘 북한 심장병 어린이들을 돕는 의료구호 사업계획 추진 외에 맏아들(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이사장)과 함께 뇌혈관질환 관리 쪽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심장병과 뇌졸중은 모두 혈관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한 뿌리 질병인 만큼 두 병을 동시에 진료해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1970년대 말에 이미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일본 오사카순환기센터를 뛰어넘어 독일의 뒤셀도르프대학병원, 미국 텍사스 하트 인슈티튜트 같은 세계 최고 심뇌혈관질환 전문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병원을 만드는 데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인천=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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