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지방선거, 후회 없는 선택을 기사의 사진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와 여당으로 기울어진 판세로 선거 열기 달아오르지 않아
깜깜이 선거와 줄투표는 현명한 유권자의 자세 아냐
유능하고 깨끗한 후보 당선돼야 삶의 질 나아져


오가는 이들로 북적대는 곳은 물론 한산한 뒷골목까지 선거운동원들과 유세차량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정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기호 ×번입니다.”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구호는 요란하다. 그러나 ‘저 후보가 누구지?’라며 관심을 표명하거나 “응원합니다”라고 호응하는 이들은 드물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또 선거철이 된 게지’라며 제 갈 길을 재촉할 뿐이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삶의 터전인 지역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선출해야 할 대상이 많은 데다 정치권이 주민 실생활과 직결된 이슈를 놓고 대결하기보다 ‘지방’과 무관한 사안을 놓고 정쟁을 벌인 탓인지 투표율은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낮다. 역대 선거 결과가 그렇다. 6·13 지방선거 투표율 역시 50%대일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모두가 체감하듯,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가 지방선거 열기를 가라앉힌 중요 요인이다. 남북 정상이 두 차례 만난 데 이어 북핵 문제의 실질적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방선거 하루 전날 싱가포르에서 만나 담판을 벌이니 지방선거에 눈길을 돌릴 여유가 별로 없다. 예측하기 힘든 두 사람이 싱가포르에서 어떤 쇼를 연출할지, 북한 비핵화의 문이 과연 활짝 열리는 것인지 등이 세간의 화제다. 한반도 정세가 이번 지방선거의 표심을 가를 최대 이슈라는 의미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논란, 소득 양극화 심화 등 민생현안들이 적지 않지만 뒷전으로 밀려버린 형국이다.

둘째로는 ‘기울어진 판세’다. 각종 여론조사는 여당의 압승을 예고하고 있다.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게 지난 6일까지의 조사 결과다. 함께 치러질 12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마찬가지다. 종전까지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으로 불렸으나 이번엔 여당이 지방선거 시작 이후 20여년 만에 최대의 승리를 거머쥘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반도 안보 훈풍’에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마저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니 지금으로선 여당의 낙승으로 끝날 확률이 크다.

자유한국당은 여론조사가 왜곡됐으며, 바닥 민심은 다르다고 반박하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샤이 보수’가 있을 수 있고, 야당에 유리한 돌발 변수가 막판에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수층 가운데서도 ‘한국당을 찍겠다’고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당이 보수층 마음을 휘어잡지 못한 데다 마땅한 정책 이슈도 없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갓 지나 정권심판론도 시들하다. 게다가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분열돼 경쟁하는 중이다. 야당이 이기기 힘든 선거구도다. 올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 아니라 ‘보수 야당의 무덤’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벌써부터 지방선거 이후 보수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당과 미래당이 참패한 뒤 결국 헤쳐모이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사정이 이러니 부동층 유권자들 중 ‘꼭 투표해야겠다’는 마음을 접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무관심은 ‘깜깜이 선거’를 부추긴다. 지방선거의 경우 누가 입후보했는지조차 모르고 투표소로 향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면 이른바 ‘줄투표’가 성행하게 된다. 후보들의 사람 됨됨이는 어떤지, 그들이 내건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따져보지 않고 특정 정당 소속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주는 행위는 현명한 유권자의 자세가 아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이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 주거, 교통, 환경 등 삶의 질이 나아질 리 없다. 하지만 올 지방선거에서도 ‘깜깜이 선거’ ‘줄투표’ 조짐이 엿보인다.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는 교육감 선거에 누가 출마했는지 제대로 아는 유권자들이 특히 적다고 한다. 이래선 곤란하다. 후보들이 고만고만해 보이고 일상이 바쁘겠지만, 누가 주민 실생활과 직결된 일을 척척 해낼 수 있을지 차분하게 비교한 뒤 투표장에 가야 한다. 주민 자치와 분권 강화, 이 시대의 중요한 과제다.

사전투표율은 높은 편이다. 20%를 넘었다. 그 의미를 두고 여야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유권자는 선거 때마다 위대하고 슬기로운 선택을 해왔다. 이틀 후에도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이긴 자와 패한 자 모두 유권자 마음을 정확히 읽고, 두려움을 갖고 국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배를 띄우는 이도, 뒤집는 이도 국민이다.

김진홍 편집인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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