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反종교 선전물을 되레 전도의 도구로 쓰시는 하나님

안전보위부가 만든 영상 속 지하교회 성도 ‘차덕순’ 삶 보니

북한 反종교 선전물을 되레 전도의 도구로 쓰시는 하나님 기사의 사진
북한의 선전용 영상에 나오는 교회 전경. 차덕순이 예수님을 영접한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위치한 서탑교회다.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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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독교 선교단체가 북한 지하교회 교인의 이야기를 상세히 다룬 북한의 ‘선전용 영상’을 공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소리(The Voice of the Martys·대표 현숙 폴리 목사)는 남한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가 북한주민의 종교활동을 감시하고 색출하기 위해 제작한 영상을 비밀리에 입수해 10일 공개했다.

30분 분량인 이 영상은 ‘북한에서 종교를 지지하는 자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종교전파를 중단시키는가’에 대한 내용으로, 신실한 지하교회 성도 ‘차덕순’(사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때 혁명동지였던 차덕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체제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때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여인이 다가와 “당신이 아무리 죽을 죄를 지었어도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며 서북쪽에 가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그는 중국에 살고 있는 삼촌을 만나기 위해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으나 이미 사망한 뒤였다. 홀로 고생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교회에 들어가 복음을 듣고 기독교 신자가 됐다. 영상에서는 “차덕순은 광신도가 됐고, 북한에 돌아가 북한 내 신도들과 함께 지하조직을 만들라는 부추김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에 돌아갔을 때 중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수했고, 북한 보위부는 이를 불쌍히 여겨 풀어주었다. 이때 그는 북한 당국에 감사하는 대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라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이후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닐 수 있는 통행허가증을 받은 그는 복음 전파에 온 힘을 쏟았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여러 물질을 제공했다. 또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집안의 자손을 찾아 함께 예배를 드렸다.

지하교회 교인들은 주일마다 예배를 드렸다. 심지어 바쁜 농사철에도 모여 예배하고 기도와 찬양을 하며 성경공부를 했다. 결국 그는 영상에서의 표현대로 ‘각성한 훌륭한 군중’의 신고로 체포됐다.

이 영상을 입수한 한국 순교자의소리 측은 “북한 당국이 만든 영상의 목적은 종교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불신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담대하고 용감한 북한 전도자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됐다. 이어 “물론 이 영상은 차덕순이 간첩이며 다른 사람을 포섭했다고 묘사하고 있지만, 바로 이것이 북한 당국이 선전에서 사용하는 복음 전도에 관한 전형적인 정의”라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차덕순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반(反)종교 영상까지 사용하셔서 사랑하는 순교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말까지도 잃어버리지 않게 하신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순교자들을 파멸시키려 했던 북한 정부를 사용해 순교자들의 정보가 확실히 보존되고 전파되게 하신다”고 설명했다.

폴리 대표는 “북한 보위부의 선전용 영상에서 차덕순의 결말은 로마서 8장 28절(…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의 말씀을 떠오르게 한다”고 덧붙였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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