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소시지 만들기와 선거 공약 기사의 사진
“법률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소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같아서 보지 않는 것이 좋다.” 19세기 프로이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가 한 이 비유, 지난주에 뜬금없이 외신을 타고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법률 제정 과정에서 여러 이해 집단과 정치 집단 간 이뤄지는 물밑의 추잡한 거래와 협잡 같은 것을 지칭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문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뒤 비스마르크의 말을 인용하면서 기자들에게 통화 내용을 이렇게 설명했다. “소시지를 어떻게 만드는지 안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먹지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에 대한 불만과 실망감을 강조한 것이다. “마크롱이 트럼프에게 ‘당신 결정은 불법이고 실수’라고 몰아붙였다”고 CNN은 보도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유럽, 미국에서 소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엉망이었던 모양이다. 더러운 공장 바닥에 돼지고기가 내팽겨쳐져 있고, 그 위로 지저분한 장화를 신고 돌아다니는 직원들, 이리저리 다니는 쥐와 이를 잡기 위해 곳곳에 뿌려놓은 쥐약, 공장의 오물…. 온갖 더러운 것들이 뒤섞인 채 소시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거 알면 그렇게 맛있는 소시지도 못 먹을 거다.

정치가 대충 그렇다. 겉으론 국민을 위하고, 진실된 명분이 있으며, 보다 나은 세상으로 향하게 할 법안을 만들려고 정의로운 협상을 벌인다고 한다. 그런데 한 꺼풀 들쳐보면 이해 당사자들의 대표가 각자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추악한 거래와 협잡이라 볼 수 있는 거래를 하기도 한다. 보통 사람은 그 과정을 잘 알 수 없다.

거래가 꼭 나쁜 건 아니다. 민주주의에서 일방적 승리란 없으니 이해가 충돌하면 협상과 타협을 해야 한다. 조금씩 양보해 공공의 이익을 최대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사(私)가 끼거나 정파적 또는 힘이 센 집단의 이익이 훨씬 많이 반영되는 게 문제다.

선거 공약도 사실 이렇게 만들어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네거티브 전략과 함께, 특히 뭘 해주겠다는 공약이 대부분이다. 많은 공약에서 단순히 퍼주겠다는 걸 넘어서 도저히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들을 본다. 아마 후보가 ‘소시지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오물을 집어넣었는지도 모르겠다. 표를 위해서 말이다. “훌륭한 정치인이 되는 길은 당선되는 날 공약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미국의 오래된 정치 격언이다. 오죽했으면….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