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지긋지긋한 아토피, 면역력 높이는 주사로 치료 기사의 사진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남동호 교수(오른쪽)가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고민하는 한 여성 환자의 팔뚝 피하에 알레르겐-면역 주사를 놓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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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남동호(54·사진) 교수는 난치성 아토피피부염과 알레르기질환에 대한 면역치료 전문가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알레르겐)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 알레르기 반응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

그는 현재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임상과장과 아주의대 알레르기내과학교실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2002년 2월부터 2003년 8월까지 1년 6개월간 미국국립보건원(NIH) 알레르기실험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post-doctoral fellow)으로 일하며 아토피 질환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치료법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104편을 포함해 국내외 학술지에 250여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남 교수는 요즘 아토피피부염을 포함한 알레르기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 면역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업적으로 2002년 비(非)알레르기성 천식 발작에 관여하는 자가면역 표적항원 단백질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게 꼽힌다. 2006년 중증 천식 관련 자가면역 표적항원 단백질 역시 최초로 규명해 주목을 받았다.

2008년에는 아토피피부염을 일으키는 집 먼지 진드기 추출물과 정상인의 면역글로불린 단백질을 혼합, 피하(皮下)주사하는 면역요법을 국내 최초로 시도했다. 2015년에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혈액에서 추출한 전체 면역글로불린G 단백질을 근육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호전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

남 교수는 11일 “표준 치료로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 중증 난치성 아토피피부염 환자들도 검사를 통해 저마다 특이한 항원(알레르겐)을 규명한 뒤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알레르겐-면역요법’을 시행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알레르겐을 이용한 기존 면역요법과 면역글로불린 단백질(항체)을 이용한 면역요법을 병합하는 복합면역치료를 실시하면 효과가 배가된다”고 말했다.

생활 속 위험인자가 방아쇠 역할

아토피피부염은 중증도에 따라 경증 중등증 중증 3단계로 나뉜다. 질환의 임상적 중증도 지수를 측정하기 위해 EASI, SCORAD, IGA 등이 이용되고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EASI 점수는 중증도가 심할수록 많이 나온다. 최악의 상태에 대한 임상적 중증도 점수(최고수치)는 72점이다.

아토피피부염이 중증 단계로 발전하면 단순한 피부 병변이나 가려움을 넘어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을 동반될 확률도 높아진다. 조기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아토피가 왜 생기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면역체계의 혼란으로 발병하며 미세먼지와 환경호르몬 노출 등 공해 문제가 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란 가설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을 뿐이다.

조기 원인 제거로 중증화 막아야

아토피피부염은 증상이 가벼울 때는 주로 피부에 바르는 외용제(외용 보습제, 외용 스테로이드제, 외용 면역조절제)로 치료한다. 증상이 심하면 이 방법으로 해결이 안 된다. 스테로이드 외용제의 장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도 우려된다. 남 교수가 알레르기 반응을 근본적으로 호전시킬 수 있는 면역요법을 더 발전시키는 연구를 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면역요법은 환자들마다 조금씩 다른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집 먼지 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 곰팡이 등 알레르겐을 피부반응검사 또는 혈액검사를 통해 찾아낸 뒤 피할 수 없는 것들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소량씩 피하에 주사하거나 설하(혀 밑)에 머금도록 해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위력이 약한 독감 바이러스로 독감예방 백신을 만들어 주사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남 교수 연구팀은 집 먼지 진드기 알레르기가 있는 아토피피부염 환자 251명에게 이 같은 알레르겐 면역요법을 시행하고 1년간 추적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중증일수록, 발병 후 치료를 빨리 받은 환자일수록 면역 치료 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치료 전보다 증상이 50% 이상 감소된 경우를 ‘치료 유효군’이라고 했을 때 전체 환자의 73.6%가 치료효과를 실감했다. 남 교수는 “특히 중증 환자의 경우 1년간 면역요법 치료 시 90.6%가 의미 있는 증상 개선 효과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알레르기 항체 치료제 병용 복합면역요법 주목

최근 새로이 관심을 끄는 것은 한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피하주사제 ‘듀필루맙(Dupilumab)’이다.

듀필루맙은 생체 알레르기 반응에 핵심 역할을 하는 염증매개물질(사이토카인) IL-4와 IL-13 수용체를 자극, 알레르기 반응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치료에 사용하던 경구용 면역억제제(사이클로스포린)나 스테로이드제와 같은 전신 부작용 위험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다수의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존 국소 스테로이드제와 듀필루맙 피하주사제를 1년간 병합 투여했더니 치료 전보다 중증도가 75% 이상 개선된 환자들이 65%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이런 치료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선 2주 간격으로 계속 피하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월 180만∼200만원의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도 조기 보편화를 막는 걸림돌로 예상된다.

남 교수는 앞으로 항체 피하주사 치료와 기존의 알레르겐 면역요법을 병용하는 복합면역치료를 시도할 계획이다. 남 교수는 “항체치료제와 면역요법의 장점들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아토피 증상개선 치료효과가 더 빨리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원=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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