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팝송의 시대, 우리나라서 특히 사랑받은 곡 추렸죠” 기사의 사진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음악평론가 임진모. 그는 한국인이 지난 세기에 가장 좋아했다고 생각하는 팝송 3곡이 무엇인지 묻자 클리프 리처드의 ‘얼리 인 더 모닝’, 스모키의 ‘리빙 넥스트 도어 투 앨리스’, 레너드 코헨의 ‘아임 유어 맨’을 꼽았다. 최현규 기자
음악평론가 임진모(59)는 최근 이색적인 책을 출간했다. 한국인이 좋아한 팝송 100곡을 선정해 이들 노래에 담긴 사연을 정리한 ‘한국인의 팝송 100’(스코어)이다. 이런 책이 흔히 그렇듯 독자의 호기심을 가장 먼저 자극하는 건 저자가 선정한 100곡의 리스트일 것이다.

리스트는 책의 첫머리에 등장한다. 1954년부터 99년까지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은 팝송이 무엇인지 일별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이 리스트엔 비틀스의 노래가 한 곡도 없다. 마이클 잭슨의 곡도 찾아보기 힘들다. 마이클 잭슨의 곡은 그가 열네 살에 발표한 노래 ‘마리아’(1972)가 유일하다. 90년대 리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밴드 오아시스나 그룹 보이즈 투 맨의 히트곡은 찾아볼 수 없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이런 리스트를 만든 것일까. 1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임진모는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를 끈 곡이 아니라 한국인이 특별히 좋아한 노래를 선정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이 세계 음악시장의 흐름과는 별개로 좋아한 노래들을 추린 겁니다. 팝의 ‘정통 역사’에서는 크게 대접받지 못하는 곡들, 그래서 이들 음악을 정리해놓지 않는다면 폐기 처분될 음악들이죠. 헤비메탈 밴드 블랙 사바스의 발라드 ‘체인지스’(1972) 같은 노래가 대표적이에요. 이 곡은 한국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외국에서는 2000년대가 돼서야 재조명됐죠. 저라도 이런 내용을 정리해놔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이야 가요의 위세가 대단하지만 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음악시장의 주도권은 팝이 쥐고 있었다. 책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 “7080세대, 8090세대 아니 그 가까운 전후의 세대들에게 팝송은 결정적이었다. 다운타운을 뒤덮은 음악다방에서도 디스크자키들은 팝송을 틀었고, 라디오도 열에 아홉은 서구 팝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70년대는 팝의 시대였다. 이 사실은 ‘한국인의 팝송 100’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책에서 다뤄지는 100곡 가운데 48곡이 70년대 노래다. 80년대 곡도 27곡이나 된다.

“70년대와 80년대는 음악의 시대였고 팝송의 시대였어요. 지금이야 시간이 나면 영화관에 가거나,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지만 그땐 아니었죠. 팝송의 인기가 절대적이었어요. 사람들은 편견 없이 음악을 들었고, 한국에서만 인기를 끄는 곡도 자주 등장했죠.”

임진모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6년 넘게 신문기자 생활을 했고, 91년부터 평론가로 활동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평론가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펴낸 책도 ‘팝 리얼리즘 팝 아티스트’(어진소리) ‘팝, 경제를 노래하다’(아트북스) 등 한두 권이 아니다.

이렇듯 수많은 저서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가 ‘한국인의 팝송 100’에 가진 애정은 각별해 보였다. 책의 서문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 “유난히도 애정이 가는 책”이라고 말이다.

“그동안 출간한 책들은 사회학적인 접근을 통해, 혹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음악을 분석한 작품이었어요. 하지만 이번 책은 달라요. 저의 진짜 모습, 벌거벗은 자아가 그대로 담긴 책이에요. 글을 쓰는 내내 형이랑 방에 누워 음악을 듣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나더군요.”

‘한국인의 팝송 100’은 독서시장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 만한 책은 아닐 것이다. 음악 애호가들이 가까이에 두고 수시로 들춰보며 참고할 만한 작품이다. 임진모는 “이 책이 엄청난 인기를 끌 수도 있다는 식의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가 많이 담긴 만큼 요긴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내딸이 올해 대학에 입학했어요. 딸한테 이 책을 보여주니 100곡 중에 2곡만 알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40대 이상은 아마 60곡 이상을 알 거예요. 젊은이들이 이 책을 통해 부모 세대가 즐긴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우리의 정체성도 되새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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