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들이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물밑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서해안 남북 공동어로구역 조성, 도로·철도·항만 정비사업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은 본격적인 경협 추진에 걸림돌이다. 정부는 우선 북한 조림사업 등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사안을 중심으로 경협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2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경제부처들은 남북 경협 아이템을 검토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이 첫손에 꼽힌다. 2016년 2월 남북관계 경색으로 한국 기업들이 철수하기 전까지 개성공단은 가장 성공적인 경협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개성공단의 누적생산액은 32억 달러, 북한 근로자 수는 5만4000명에 달했었다.

정부 관계자는 “돌아가던 공단을 다시 가동하면 되는 만큼 대북제재만 해결된다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라며 “상징성 측면에서도 남북 경협의 첫 단추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6%가 “공단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해수부는 서해안에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남북이 평화수역을 조성하고, 남북 어민이 공동으로 조업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드는 것이다. 2007년 10·4 선언 때 추진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었다. 이밖에 북한의 노후화된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재정비, 비무장지대(DMZ) 생태공원 조성, 금강산 관광 재개 등도 구체적인 경협 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경협 사업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첫 삽을 뜰 수조차 없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75호는 북한과의 모든 합작·협력 사업을 금지한다. 미국은 독자적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북제재가 풀리기 전까지 제재 대상이 아닌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북한 조림사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달에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산하에 산림협력연구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북한 조림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산림 899만㏊ 가운데 32%(284만㏊)가 황폐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향후 제재 해제에 대비한 사전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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