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강영안 교수] 제대로 묻고 바르게 응답할 때 ‘실천의 믿음’ 생겨

‘믿는다는 것’ 펴낸 강영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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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안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11일 서울역 한 카페에서 ‘믿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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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다는 것”펴낸 강영안 교수

‘신자(信者)’라는 말이 암시하듯, 기독교는 ‘믿음’ 없이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기독교인이란 곧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 ‘믿음’으로 확인된 사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강영안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그 질문의 답으로, 묻고 응답하고 실천하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 칼빈신학대학원에서 철학신학을 가르치다 베리타스포럼 강연 등을 이유로 귀국한 그를 지난 11일 서울역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강 교수가 미국에서 강의하는 ‘철학 신학(philosophical theology)’은 국내 신학대나 신대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과목이다. 당대의 철학적 사조 위에서 신앙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철학을 신학이 제대로 사용하면 신학 자체에 굉장히 유익한데, 한국에선 신학과 철학을 대립되는 걸로 오해하고 있어요. 무신론과 대화하려면 철학 신학밖에 없는데 말이죠.”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계속 공부하는 단순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지성으로 꼽히는 그의 입에서 나온 “갓 공부를 시작한 사람처럼 공부하고 있다”는 말이 낯설게 들렸다.

과거 강연을 묶은 이번 책은, 그의 저서 중 쉽고 짧은 편에 속한다. 질문을 회의(懷疑)와 동일시하며 허용치 않는 한국교회를 향해 부드럽지만 강력하게 반기를 들고 있다. 먼저 소크라테스를 비롯해 독일의 칸트, 하이데거 등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인간은 물음을 던지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믿었으면, 나의 주라고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믿고 살아가야 할지 물어야 해요. 묻지 않으면 눈으로 볼 수 없는 삶의 중요한 문제들, 근본적인 현실을 볼 수 없어요. 우리가 무엇을 본다는 것은 곧 물음을 통해 보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성경이야말로 물음으로 가득 차 있는 책이다. “사도행전 2장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 후 베드로는 담대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지요. 그 설교를 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첫 반응이 무엇입니까. 바로 ‘형제들아, 우리가 어이할꼬’(행 2:37)라는 물음이었어요.”

뿐만 아니다. 예수님은 그 누구보다 질문을 많이 하셨다. “마태복음 1장부터 사도행전 1장까지 예수님의 질문이 305번 나옵니다. 요한복음 1장에서 예수님을 따라온 세례 요한의 제자들에게 ‘무엇을 구하느냐’라고 물으시지요. 그들의 마음속에 하나님 나라에 대한 열망이 있는 걸 보시고, 근본적인 가치를 드러냄으로써 행동을 촉발시키고자 던지신 질문입니다.”

그렇게 질문하고 나아갈 때 우리는 응답해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 강 교수는 누가복음의 삭개오 이야기를 소개하며 “믿음은 하나님의 주권적 사랑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물이자 동시에 예수를 만나 그분을 알려고 하는 열망의 결과”라고 역설한다.

“질문을 던지며 나아가지만 결국 우리에게 먼저 찾아오셔서 부르시는 분은 하나님입니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요. 내가 여기 있습니다, 내가 듣겠습니다, 나를 보내소서라고 응답해야 합니다.”

제대로 질문하고 이에 바르게 응답하면, 실천하는 믿음은 뒤따라온다. 삶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믿음의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욕구를 창출해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타인을 사랑하고 위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나누는 삶을 살려면 내가 채워져야 해요. 늘 충만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겁니다. 유한한 인간이 만든 자원에 의존하는 삶이 아니라 무한하신 삼위일체 하나님 한 분만으로 내 일상의 삶이 충만해질 때 비로소 비움이 가능하지요.”

그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습관을 통해 몸에 배는, 곧 수행을 통한 공부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자전거가 무엇인지 아무리 말해 봐야 소용없어요. 자전거에 타고 페달을 밟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탈 때에 비로소 자전거 타기를 배울 수 있지요.”

이런 신앙의 여정에서 중요한 것이 교회다. “누군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바로 교회입니다. 예배와 말씀이 살아있고 성도의 교제와 사귐이 있는, 살아있는 교회만이 넘어진 이들을 싸매주고 회복시켜 다시 그 길을 걸어가게 만들어줄 수 있어요.”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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