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송환·발굴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서에 서명했다. 두 사람이 합의한 결과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현대사의 획을 그을 만한 내용이다. 북한과 미국이 70년 적대 관계를 끝냈다는 공식적이고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 또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분단국가이자 냉전 잔재가 남아 있는 한반도에서 정전체제가 끝나고 평화체제로 전환되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남·북·미, 검증과 세부 이행에 노력해야

마지막 남은 냉전 구조 해체는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경제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는 물론 세계사적 변화를 예고한다. 이는 미국과 소련이 “우리는 더 이상 적이 아니다”고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냉전체제를 붕괴시키기 시작한 조지 H W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1989년 지중해 몰타 회담에 버금가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싱가포르 회담은 실질적 인 냉전 종식이자 현대사의 변곡점인 것이다.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 보장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그 표현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다. 따라서 구체성이 다소 결여돼 있다.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표현은 들어 있지 않다. 다만 내용과 전후 맥락으로 그렇게 해석할 수는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언급했다. 훈련 중단 수준이 일정 기간동안인지, 제한적인지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논란 소지가 큰 대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등 대화를 계속 갖기로 해 향후 세부적인 비핵화 일정과 구체적인 체제 보장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다.

트럼프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언급 우려돼

이제는 구체적인 비핵화 검증과 진정성 있는 합의 내용 이행이 관건이다. 향후 이행이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싱가포르 선언은 또 하나의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수 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의 성과를 상당히 높이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새 출발을 알리는 서명이다. 세상은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 한반도 관계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이 말에 두 사람이 향후 합의 내용대로 이행하겠다는 진정성이 충분히 담겨 있다고 본다. 합의 내용 이행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니었다. 북·미가 합의는 했지만 단번에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적 활동을 할 수는 없다. 북한도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북한은 일단 비핵화와 관련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야 한다.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같은 국제 금융기구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빠르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관계가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평화와 번영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닦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하고 국제 금융기구와 외국의 투자를 유치한다면, 북한도 ‘되돌릴 수 없는’ 국제사회로의 복귀를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주변국들과 관계 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바란다.

북한은 국제 기준에 부합한 행동 필요

합의 내용이 이행되기 시작하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한반도가 펼쳐지게 된다. 이 변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도 더 중요하게 된다.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기까지 중재자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완전 해결까지는 긴 과정이 남아 있다. 잘 굴러갈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행 과정에서 중·일·러 등 주변 강국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들이 보장하지 않는 한 한반도 평화는 쉽게 오지 않는다. 우리 외교가 지금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 과거에 있었던 관련국들 간 불신이 아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정부는 냉전시대의 구도, 즉 한·미·일 대 북·중·러의 전형적인 대결 구도로 갈 여지가 생겨나지 않도록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내부의 상황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냉전적 시각에서 탈피할 필요도 있지만 마냥 긍정적이고 감상적으로만 접근한다면 이행 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많다. 우리 내부에도 아직 대북 불신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합의 내용이 또박또박 이행되도록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국면이다. 누구보다 정치권이 한반도 미래를 위해 정파적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내부 토론과 비판은 활발해야 하지만 이 엄중한 시기에 외교·안보 문제는 국내 정치 현안과 분리해 다루기를 바란다.

북·미 간 최초의 정상회담, 회담장 입구에 나란히 걸린 6개씩의 인공기와 성조기, 두 정상의 서로에 대한 극찬, 이런 장면들은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새삼 떠올리게 만든다. 우리는 낙관도 비관도 아닌, 냉정하고 이성적인 시각으로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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