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한장희] 스스로 神이 된 산업은행 기사의 사진
정부가 100% 출자한 산업은행. 보수도, 복지 수준도 최상이어서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정권 교체기였던 지난해 6%나 임금을 올려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섰다. 산은은 “시중은행 임금이 높아 인재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방만경영의 폐해라는 지적이 많다. ‘낙하산’ 경영진이 매번 노조와 타협해 생긴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이전 낙하산과 다르다고 큰소리쳤지만 직원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해외여행 항공료까지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노사합의서에 지난달 사인했다.

조건을 먼저 따지는 것은 젊은 직원들도 매한가지다. 산은 한 간부는 “과거 정권에서 산은 민영화를 추진했을 때 젊은 후배일수록 강하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졸속 매각 우려보다 높은 보수에 안정적이던 직장 여건이 망가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는 얘기다.

동급 신의 직장에 다니는 인사들도 산은엔 넘보기 힘든 게 있다고 말한다. 바로 퇴임 후 재취업 자리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산은의 퇴직 임직원 135명이 관계사의 대표이사, 감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등 요직에 보임됐다. 2016년 10월 ‘산은이 채권단으로 참여하는 구조조정 기업에 임직원을 재취업시키는 것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후에도 한동안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상황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던 셈이다.

갑질의 수준도 ‘인간의 직장’에선 상상하기 힘든 것들이다.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출자회사에 파견된 경영관리단의 주거비, 차량 운영비를 기업에 부담시키는 것도 모자라 업무 추진비로 골프를 치고, 유흥업소에 다니다가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올 초엔 보안상 이유로 정규직 직원이 이용하는 비상계단을 외주직원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비상계단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외주직원들은 “불이 나면 창문으로 뛰어내려야 할 상황”이라며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산은 직원들(산업은행 행우회)이 100% 출자해 만든 회사 ‘두레비즈’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이 회사는 이렇게 번 돈 중 45억원을 행우회에 배당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두레비즈’ 소속 용역직원들은 “정규직에게 배당된 45억원 중 일부는 두레비즈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착취한 돈”이라고 주장하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조사를 청구했다.

산은은 최근 언론사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산은은 몇 개 언론사를 뺀 채 일간지 등에 기업 이미지 광고를 냈다. 제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 “언론 정책이 올해부터 바뀌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해당 언론사들은 산은과 한국GM의 협상 과정 등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산은이 ‘너희들도 한번 당해봐라’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국정감사를 앞두고 다른 언론사에 ‘잘못 보이면 이렇게 된다’는 경고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산은은 그동안 부실기업들에 십수조원의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경영정상화를 이룬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회수율도 시중은행의 절반도 안 된다. 물론 부실기업 처리는 장기적인 공익 금융을 시행하기 위한 것이니만큼 금융 논리로 다른 은행들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부실기업에 돈을 대는 조건으로 잇속을 챙기다 못해 노골적인 갑질을 일삼는 폐해는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직접 번 돈도 아닌데 이 돈을 무기로 주인 노릇을 하면서 오히려 공익을 해치고 있다. 이 상태라면 산은은 더 이상 존재의 의미가 없다. 구태에 찌든 산은 시스템의 수술이 시급하다.

한장희 경제부장 jhhan@kmib.co.kr

*산업은행 정정요청을 반영해 칼럼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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