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B와 함께 성장해 온 독일 디자인 100년을 읽다 기사의 사진
페터 베렌스가 디자인한 전기주전자(1909). 성곡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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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디자인’ 하면 바우하우스를 떠올리게 된다. 익히 알 듯이 1919년 설립돼 1933년 문을 닫을 때까지 건축 미술 디자인 공예 무대미술을 아우르며 예술과 기술의 종합을 추구했던 조형학교다.

하나 더 기억하자. 1907년 뮌헨에서 발족한 미술과 산업 간 협력체인 ‘독일베르크분트(DWB·독일디자인연맹)’이다. DWB 100주년을 기념한 ‘독일 디자인 100년 1907-2007’전이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2010년부터 세계 각국을 돌고 있는 순회전의 일환으로 독일국제교류처가 기획했다. 독일 정부가 나서서 자국 디자인의 우수성을 설파할 정도로 중요한 민간단체라는 뜻이다. DWB 창립 멤버로는 훗날 바우하우스 교수가 된 발터 그로피우스, 미스 반데어 로에 등 당대를 주름잡았던 건축가, 디자이너, 화가 등 예술인 12명과 보쉬, 아에게(AEG)를 비롯한 12개 기업이 참여했다.

당시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수공예 시대가 지나고 대량 생산이 이뤄지면서 독일 제품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퍼져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소파 쿠션에서부터 도시 설계까지’를 기치로 내걸고 미국과 영국에 대항해 세계 시장에서 독일 산업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조사와 디자인 전문가 간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 DWB이다.

예컨대 건축가이자 화가, 그래픽디자이너인 페터 베렌스는 1907년부터 독일의 가전 브랜드 아에게와 협력해 로고와 제품, 건축물 등을 디자인했다. 기업의 이미지와 생산 제품을 통합적으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CI(기업이미지) 통합 개념은 여기서 비롯됐다.

전시는 DWB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성장해온 독일 디자인의 역사를 7개 섹션으로 나눠 보여준다. DWB는 산업 디자인의 아방가르드로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뮌헨, 쾰른, 슈투트가르트 등 독일 전역에서 진행한 전시와 실제 제품, 건축 디자인을 통해 설파했다. 계몽에 무게를 뒀다는 얘기다. 나치 시대에는 활동이 중단됐다가 1949년 재발족했다. 전후 독일 재건기에는 ‘좋은 형태’를 캐치프레이즈 삼아 장식을 배제한 기능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과잉개발 환경파괴 등이 이슈화되면서 1959∼1983년에는 좋은 제품의 생산이 아닌 좋은 소비문화로 주안점이 달라졌다.

이런 변천사를 의자와 식기를 비롯한 실제 제품과 포스터, 드로잉, 건축 모형, 신문·잡지, 다큐멘터리 필름 등 총 360점을 통해 만날 수 있다. 8월 26일까지.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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