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내용은 빈약하고 알맹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핵심 의제였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대신 개념조차 모호한 ‘완전한 비핵화’가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비핵화 시한도, 사찰과 검증도 빠졌다. 2005년 9·19 성명보다 퇴보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향후 비핵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하는 점도 우려스럽다. 비용을 중단 이유로 거론한 대목에선 방위비 분담금 협상용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훈련 축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CVID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양국의 공감대였다. 그런 측면에서 사전에 한국 정부와 충분한 협의 없이 훈련 중단을 발표한 건 유감이다. 모든 문제를 철저히 미국의 국익 잣대로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때에 따라선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용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망스럽긴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라는 긴 여정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북·미는 CVID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사찰과 검증의 강도를 높여 실질적으로 불가역적인 조치가 취해지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짜야 할 것이다. 북한이 중대한 초기 조치들을 내놓는다면 협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후속 회담의 조기 개최가 필수다.

북·미 협상의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외교 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돌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양측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남북, 한·미 간 소통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북한 최전방 전력의 후방 배치 등과 상응해서 이뤄져야 바람직하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에 주지시켜 나가야 한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