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는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참패로 끝났지만 많은 과제를 던져줬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첫 전국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은 중간평가를 쉽게 통과한 반면, 제1야당인 한국당이 오히려 심판을 받은 꼴이 됐다. 선거 결과는 그동안의 여론조사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당은 여론조작이라고 했지만 민심은 현재 보수 야당의 행태에 등을 돌린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때문에 졌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한국당 후보들이 홍준표 대표의 지원유세를 기피할 정도로 ‘꼴보수’로 일관한 데 대한 민심이반으로 볼 수 있다. 반공보수와 태극기보수에서 벗어나 보수야당의 면모를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유권자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명분과 가치, 대안을 담아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지도부 교체 등 당 쇄신은 물론 정치권의 지각변동까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제 한국당은 문재인정부를 견제하는 최소한의 야당 기능마저 수행하기 어려운 듯하다.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다. 공천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잡음이 나오고 결국 성적도 못내는 바람에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보수의 새로운 변화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합당하는 식의 양적인 방법만으로는 부족하다. 개혁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시대정신까지 따라가는 질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집권 여당의 독주와 오만이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전국선거에서 3연속 승리했다. 오만함은 마음 이전에 상황에서 나오곤 한다. 지방권력까지 거의 싹쓸이한 문재인정부는 향후 국정운영의 고삐를 더욱 세게 쥘 가능성이 높다. 정부여당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쥐는 것 자체는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책 실패와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하다. 문재인정부는 지금 남북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실업난은 가중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정부 내 불협화음도 크다.

주요 현안들에 대한 각 부처의 대응도 미흡하고 장관들은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와 각 부처의 정책을 수정·보완하고, 업무 능력에 문제가 있는 장관들은 교체해야 한다. 지방선거 승리가 이런 문제들을 덮고 가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이념을 앞세워 정책실험을 계속하는 고집을 부려서도 안 된다. 정책이 실종되고 네거티브가 판을 친 이번 선거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로 얼룩졌다. 이 후보 승리로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진실이 무엇인지 시간을 두고 가릴 필요가 있다. 국민들을 상대로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를 밝히지 않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현정권 실세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드루킹 특검이나 야당의 댓글조작에 대한 검찰수사도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 유권자들도 할 일이 있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각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824명, 기초의원 2927명, 국회의원 12명이 새로 뽑혔다. ‘깜깜이 선거’여서 후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선거가 끝났다면 당선자의 정책과 공약을 지금이라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선자가 약속을 지키는지 여부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사후적인 매니페스토 운동 등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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