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 더딜 땐 신뢰 급락… 北, 이달 중 선제적 후속조치 기사의 사진
북한 노동신문 13일자에 게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공동성명 전문.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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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우려하는 ICBM 시험장 등 자발적 폐쇄로 관계개선 의지
미군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도 남북 협의 끝나는대로 착수할 듯
핵사찰은 형식 둘러싼 결정 남아


북한은 이달 중 북·미 정상회담 후속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를 시작으로 미군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과 핵사찰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이뤄질 후속조치는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조치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쇄하겠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A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은 특정한 탄도미사일 시험장과 함께 다른 많은 것들을 제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폐쇄 대상으로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로켓 엔진 시험시설, 평양 미사일 연구단지,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 인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역시 최근 북한이 일부 시험장을 폐쇄하는 징후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일부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적으로 불능화하면서 적대관계 해소 및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북한이 미사일 관련 일부 시설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위성사진 분석 결과 지난달 북한이 평안북도 구성시 북부 이하리 시험시설에 있는 미사일 시험대를 파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7일 보도한 바 있다. 이 시험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시험에도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합의 파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약속 어음’ 대신 ‘현금 결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간 후속 협상에 따라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인 ICBM 개발용 시험장을 폐쇄함으로써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폐쇄를 약속한 시험장은 38노스가 발표한 곳과 다른 새로운 곳”이라고 말했다.

미군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도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3자 공동 발굴사업을 제안한 만큼 남북 협의가 끝나는 대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핵사찰의 경우엔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하다. 미국 단독 사찰 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형식을 먼저 양측이 결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핵 사찰에는 (미국과 IAEA) 둘 다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후속조치가 신속히 시행되지 않을 경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신뢰도가 급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결국은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얼마나 행동으로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며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이번 회담은 실패”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ICBM급 미사일에 대한 미국인의 공포가 큰 만큼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는 미국으로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굉장히 중요하다”며 북한의 선제적 조치에 의미를 부여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이번 회담의 포인트는 북한이 압력에 굴복하는 형식이 아닌 자발적으로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를 시작으로 핵 개발 프로세스의 역순으로 해제 조치가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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