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진화론과 상충’ 분명한데 “가짜 뉴스” 폄훼

‘현존 생물종 90% 거의 같은 시기 출현’ 논문 발표 이후 갑론을박

[미션 톡!] ‘진화론과 상충’ 분명한데 “가짜 뉴스” 폄훼 기사의 사진
최근 미국의 한 인류진화학 학술 전문지에 실린 논문 내용을 두고 창조론과 진화론 지지자들은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관련 이미지는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패러디한 것으로, 원작과는 달리 조물주 하나님이 최초의 인간 아담 대신 원숭이에서 진화하는 인간을 가리키고 있다. 앤서스 인 제네시스 유튜브 캡처
지난달 30일 인류진화학 학술 전문지 ‘휴먼 에볼루션’에 실린 논문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창조론과 진화론 지지자들이 주요내용을 두고 뜨거운 논쟁을 펼쳤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현존하는 생물종의 90%는 거의 같은 시기(10∼20만년 전)에 나타났으며, 인간 참새 도요새 등의 유전자 배열도 거의 같다.’

모든 생명체가 하나님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창조됐으며 과거부터 현재의 모습으로 존재해왔다는 창조론자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진화론 지지자들은 ‘창조론 신봉자들이 논문 내용을 진화론이 무너진 것으로 해석해 퍼나르고 있다’며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한 기독교계 인터넷 매체는 이 같은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폄훼하기도 했습니다.

유신론적 진화론자로 알려진 한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생명과학이라는 거대한 학문 분야의 토대가 되는 진화과학이 논문 하나로 근거를 잃고 무너지겠느냐”면서 “(이번 논문이) 진화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추가한 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비판의 근거로 제시된 것은 미국에 거주하는 한 신경과학자가 논문 저자로부터 받은 이메일 답변이었습니다. 저자인 마크 스토클(미국 뉴욕 록펠러대) 교수는 답변을 통해 “이번 연구가 진화론의 개념을 바꾸거나 진화론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해당 논문이 창조론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란 프레임을 씌워 반론을 펼치는 겁니다.

하지만 국민일보 보도에서는 물론 창조론 지지자들도 이 논문을 통해 진화론을 전면 부정하거나 진화론이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창조론을 지지해 온 한 교수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연구를 통해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발견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전했습니다.

‘창조 연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의 저자 제이 리(Jay Lee)는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진화론 지지자들의 비판에 적극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진화론자들이 제시해야 할 근거는 저자의 답변이 아니라 ‘연구 결과의 어떤 내용이 진화론이 그동안 해왔던 주장에 부합하는가’ ‘연구 결과가 왜 창조론이 해왔던 주장과 상충되는가’에 대한 논리적인 답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논란 속에서도 논문의 주요내용이 그동안 진화론자들이 주장해왔던 것과 상충된 것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논문의 저자가 “매우 의외의 결과였기 때문에 엄격하게 반박을 시도했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 합니다. 연구 결과가 진화론에 부합했다면 ‘매우 의외의 결과’로 생각하지도, ‘엄격한 반박’을 시도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과학은 연구를 통해 발견한 증거를 바탕으로 하는 학문이라고 말합니다. 발견된 증거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것과 부합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 해석을 비판하고자 한다면 발견된 증거가 증거로서 불완전하다는 논리적인 근거를 찾는 것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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