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무드도 딴지… ‘닥반’ 고집하다 ‘TK당’ 전락 기사의 사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와 김성태 원내대표(왼쪽), 안상수 의원(오른쪽)이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지방선거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지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사상 유례가 없는 대패다. 대구·경북(TK)에서만 우위를 보였다. 한국당이 아니라 ‘TK당’으로 전락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기대했던 ‘샤이 보수’(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보수 성향 유권자층)는 없었다. 보수세력은 대혼돈에 빠졌다.

한국당은 ‘무조건 반대’ ‘닥치고 반대’를 고수하다가 몰락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특히 거대한 흐름인 한반도 평화무드에까지 딴지를 걸면서 거센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홍준표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주장했다가 ‘철지난 색깔론에 의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일인 13일에는 북·미 정상회담도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미·북 정상회담 결과는 참으로 충격적이었다”며 “발표된 내용을 보면 우리 안보가 백척간두 위기에 몰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 한국당 의원은 “올해 초부터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부르는 등 한반도 평화무드를 거스른 것이 완패의 원인”이라며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을 펼치면서 구시대적인 남북 분단세력으로 비쳐졌다”고 말했다. 다른 한국당 의원은 “미국도 한반도 평화무드에 가세했는데, 한국당만 왕따처럼 홀로 반대세력으로 남아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안 없는 비판만 일관한 것도 패인으로 지목됐다. 최저임금 문제 등 문재인정부의 경제실정을 비난하면서 ‘민생 파탄’이라고 열을 올렸지만 돌아온 성적표는 처참했다. 이번 선거는 안보가 아니라 민생이 최대 이슈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정작 서민들은 등을 돌린 것이다.

막말 논란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일부 한국당 후보들은 홍 대표의 지원유세를 거부해 ‘홍준표 패싱’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홍 대표는 지난 5월 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필승결의대회 행사장 앞에서 시위대를 겨냥해 “원래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남의 한국당 의원은 “창원이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데, 많은 창원 사람들이 ‘우리를 빨갱이라고 부르는 당에 표를 줄 수 없다’고 해 선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홍 대표는 또 자신을 비판하는 의원들을 겨냥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연탄가스’ ‘바퀴벌레’ ‘충치’ 등으로 비유했다. 한 광역단체장 후보는 “유세할 때마다 ‘홍 대표 막말 때문에 표를 찍기 싫다’는 시민들을 만났다”며 “점잖고 신중한 보수 유권자들은 홍 대표의 막말이 싫어 한국당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막말 논란의 당사자는 홍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 논란이 대표적이다. 정태옥 의원은 지난 7일 한 방송에 출연해 “서울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혼하면 부천 정도로 간다. 부천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쪽으로 간다”고 말했다가 자진 탈당을 피할 수 없었다.

‘집토끼’들도 외면한 마당에 샤이 보수는 신기루에 불과했다. 홍 대표는 “여론조사 기관이 혹세무민한다”고 비난하며 “투표 한번 해보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처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바른미래당도 기대했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위기에 빠졌다. 처참히 무너진 한국당이 바른미래당과 보수대통합이나 정계개편 논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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