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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막을 저작권료, 가래로 막으실래요?

선교 콘텐츠 저작권료 한국교회 ‘시한폭탄’ 불씨 끄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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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폭탄의 시계 초침이 재깍재깍 돌아가고 있다. 한국교회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껴안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교회는 CCM(대중복음성가)이나 이미지 영상 폰트 소프트웨어 등을 자주 쓰면서도 저작권 보호에는 소극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언젠가 천문학적인 금액의 저작권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옥죄는 저작권, 어찌 하오리까

가장 우려되는 저작권 분야는 CCM이다. 사진이나 영상 폰트 소프트웨어 등에 대해서는 교회에서도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지만 CCM의 경우 찬양에 주로 사용되니 저작권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저작권자들은 그러나 엄연히 불법인 만큼 저작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외국의 유명 음악저작권 단체인 A사는 2년 전 한국교회의 저작권 준수를 촉구하는 공문을 국내 한 저작권 단체에 발송했다. 공문에는 한국교회가 복음성가를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으니 일선 교회에 저작권 준수를 잘 안내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원론적이고 짧은 문장이었지만 선전포고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 내 한인 교회들은 이미 3년 전에 음악 저작권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다. 미국 내 한국 음악인들의 음악 저작권을 확보했다는 B사는 2015년 5월 한인교회들을 상대로 음악 저작권료를 요구했다. 성도 1만명 이하의 교회는 1년에 3만5000달러를 지불하라는 B사의 요구에 일부 한인교회에선 CCM을 부르지 않기로 결의하는 등 파문이 커졌다. 다행히 다수의 한인교회들이 미국의 최대 CCM 저작권사인 CCLI(기독교저작권라이선싱인터내셔널)에 가입한 데다 한국의 저작권 단체에서 B사의 저작권 요구 근거를 문제 삼으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한국교회는 이후에도 꾸준히 저작권 논란을 겪었다. 같은 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는 대형 교회들을 상대로 음악 저작권료를 요구했다. 아울러 영상이나 소프트웨어 폰트 사진 등과 관련된 국내 저작권 단체들이 교회를 상대로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된 이후 외국의 저작권 단체가 한국교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부흥을 거듭한 한국교회를 상대로 외국의 음악 저작권 단체들이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저작권료는 적정 액수에 대한 기준이 없어 자칫 천문학적인 액수의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내 저작권 단체 관계자는 “아직 저작권 단체들이 한국교회의 위세에 눌려 눈치만 보고 있다”면서 “시기의 문제일 뿐 누군가 먼저 나서면 봇물 터지듯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 걸림돌 아닌 디딤돌로 여겨야

저작권 시비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일선 교회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저작권을 교회 운영의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여겨야 한다. 저작권이 보호돼야 저작권자들이 창작 작업에 몰두할 수 있고, 양질의 기독교 콘텐츠로 이어져 교회나 예배가 풍성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일선 교회의 저작권 대응은 그러나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CCLI에 가입해 교회음악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확보한 국내 교회는 전체 등록 교회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저작권료를 내기 어려운 성도 30명 이하의 미자립 교회를 제외해 따져 봐도 가입률은 2%를 겨우 넘긴다. 미국의 경우 자립 교회 중 80% 정도가 CCLI에 가입해 음악 저작권을 확보한 점과 크게 대비된다.

교회음악과 영상, 이미지 등의 저작권의 라이선스를 통합 관리하는 한국교회저작권협회(KCCA)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도가 100명인 교회는 연회비 24만원을 내면 대부분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협회에 가입한 교회는 전체 자립 교회의 1% 수준에 불과하다. KCCA는 성도 30명 미만의 미자립 교회에는 연회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 대신 대형교회가 추가로 내는 회비로 충당한다.

교회는 정식 출판물이나 저작물을 구매해야 한다. 정식 제품이라도 저작권자가 밝힌 목적 이외의 사용에 대해서는 사전에 꼭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경우 하나를 구입해 교회 안의 다른 컴퓨터에 설치하면 불법이다. 프리웨어 소프트웨어라도 개인 목적이나 가정 내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는 경우가 많다.

복음성가를 부를 때 악보를 복사해 사용해선 안 된다. 직접 손으로 악보를 그려 배포해도 저작권 침해다. 성가집은 연주하려는 인원수에 맞게 사야 한다. CCM 앨범의 경우 CD로 구매한 뒤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인터넷에 올리면 안 된다. 노래 가사를 바꿔 부르거나 편곡을 새로 했다고 해도 저작권자의 허락을 얻지 않았다면 위법이다. 무료로 공개된 폰트나 이미지는 많지만 일부 사용기한이나 사용범위를 제한하는 것들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무료 폰트나 이미지를 사용해 영상을 만들어 교회 홈페이지에 걸었는데 사용기한이 지났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저작권 업체도 있기 때문이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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