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도 ‘쇼’라던 洪… “국민 마음 못 읽었다” 기사의 사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왼쪽은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김지훈 기자
홍준표 대표가 이끈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에서 ‘TK(대구·경북) 정당’으로 추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반성하지 않는 보수’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홍 대표 자체가 주요한 참패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치권 인사들과 전문가들은 14일 홍 대표의 실패 요인을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대표는 ‘정치경력 23년’의 경륜을 내세워 주변과 협의하지 않은 채 각종 사안에 대한 입장을 마음대로 발표했다”며 “지나친 자기확신 때문에 모든 상황을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했다”고 평가했다. 홍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깎아내렸고, 한국당의 참패를 예상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실제 선거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객관적인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정세를 판단하고 해석한 셈이다. 홍 대표 자신의 경험과 경륜에 따른 판단이었지만 여론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한국당 내에서조차 “너무 올드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홍 대표의 공격적인 언행도 실패 요인으로 거론된다. 홍 대표는 정치입문 시절부터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상대 진영을 거칠게 몰아세우는 화법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홍 대표의 공격적인 언사가 이번 선거에서는 역으로 발목을 잡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가 머리 숙이고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상대 공격에만 치중하는 것처럼 비치면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말했다.

“창원에 원래 빨갱이가 많다” 등 잊을 만하면 터지는 설화도 악재였다. 한국당 내에서는 홍 대표 발언 때문에 중도층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됐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친 언행 탓에 보수 진영 내에서도 홍 대표가 과연 보수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공천 실패도 참패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홍 대표는 창원시장 후보에 현직인 안상수 시장 대신 자신의 측근인 조진래 후보를 공천하는 등 여러 차례 ‘사천(私薦)’ 논란에 휩싸였다. 영남 지역 한 의원은 “이길 수 있는 공천이 아니라 자기사람을 심기 위한 공천을 하다 보니 실제 선거에서 참패한 것”이라며 “공천만 잘했어도 영남이 이렇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 참패로 정치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이르면 다음 달 열리는 조기 전당대회에 출마해 정치적 재기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홍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정치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다”며 “다시 나온다고 해도 이전 같은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이형민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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