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충현] 도시생태현황도 적극 활용을 기사의 사진
‘비오톱’이란 ‘생물’이라는 의미의 바이오스(Bios)와 ‘영역’이라는 의미의 토포스(Topos)가 결합된 용어로, 생물들이 살아가는 영역을 의미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생물들이 살아가는 영역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유럽 지역에서 먼저 사용된 용어다. 비오톱을 지도화해 도시계획과 같은 토지계획에 활용한 것은 1980년대 초 독일의 베를린에서 시작됐다.

비오톱지도는 생태적으로 보전이 필요한 지역과 개발이 가능한 지역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들 지역의 경계를 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이후 여러 나라에서 도시계획이나 자연환경 보전 및 복원 계획을 수립할 때 널리 이용됐다.

우리나라는 2000년 서울시가 비오톱을 지도화해 도시계획에 활용했다. 비오톱지도를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도시생태현황도’라고 이름 붙였고 도시계획 조례에 도시생태현황도의 작성과 활용에 대한 근거도 마련했다. 서울시 도시생태현황도는 현재 도시관리 계획 수립을 위한 환경성 검토 기준, 각종 개발행위 허가를 위한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각종 보호지역의 지정 및 관리계획 수립 등을 위한 자료로도 활용된다.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생태경관보전지역이나 야생생물보호구역 지정, 공원녹지 확충, 옥상녹화 확충과 같은 도시생태 복원을 위한 다양한 기반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전국 시·도 중에서 가장 많은 17곳의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지정했다. 전국에서 가장 고밀 개발된 서울시 안에 가장 많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이 지정됐다는 것은 도시생태현황도 작성 과정에서 자연환경 보전이 필요한 공간에 대한 정보가 잘 축적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다른 지자체들도 도시생태현황도를 제작해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만들어 보급하고,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2017년에는 자연환경보전법 안에 도시생태현황도를 작성하고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도시생태현황도가 활발하게 활용되면서 이 지도에 대한 오해도 생겨났다. 정부가 개인의 토지 개발을 억제하고,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을 도시계획 실효 이후에도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는 게 대표적이다. 도시생태현황도는 국가가 아니라 서울시가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최초로 도입했고,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과 무관한 환경부가 전국 지자체로 확대 보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지적은 오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생태현황도는 자연환경 보전과 필요한 지역의 개발이라는 개념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토지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도 지나친 확대해석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서울시를 포함한 17개 지자체에서 도시생태현황도를 도시계획 조례에 포함해 도시 관리에 활용하도록 제도화하고 있지만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 결과 도시 관리가 여전히 개발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도시생태 자원이 충분한 고려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사라진 자연을 복원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복원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도시생태현황도의 제작 및 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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