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형선] 십시일반 건강보험료 기사의 사진
미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평상 시 건강보험료를 내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당장 내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낼 때는 생각이 흔들린다. 전보다 수입이 줄었는데 보험료를 더 내면 불만이 터진다. 남보다 수입이 더 적다고 생각하는데 더 많은 보험료를 내라 하면 분노하게 된다. 연금은 많이 내면 나중에 더 받는데, 공적 건강보험은 많이 낸다고 남보다 더 잘해 주는 것도 없다. 건강보험료 높다고 고소득으로 간주해, 다른 프로그램의 복지혜택에서 제외하기까지 하면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된다.

보험료를 부과하는 기준이 하나가 아닌 것이 문제다. ‘소득’을 주된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수십억 재산가가 소득 확인이 안 되었다고 보험료를 안 내는 건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 못한다. 소득이 낱낱이 파악된다면 문제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보험료 부과의 기준이 만들어지던 수십 년 전에는 소득 파악이 더 안 되었다. 이를 대신할 각종 재산 지표가 활용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1970년대 건강보험 도입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소득도 더 투명해졌다. 건강보험도 직장조합, 지역조합으로 구분되어 수백 개이던 것이 하나의 공단으로 바뀌었다. 기존의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은 보험료 산정방식이 바뀌는 것을 불편해한다. 통합된 건강보험에 익숙한 사람들은 직장 보유 여부로 보험료 산정방식이 달라지는 것을 이해 못한다. 얽혀진 이해관계 속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지난 수십 년간 미루어진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책은 이상(理想)을 지향하더라도, 현실에 발을 붙이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보면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새 부과체계는 현실 타협안이다.

새로운 방식에서는 ‘소득 중심’의 부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2단계 적용이 시작되는 2022년이면 지역가입자의 소득보험료 비중이 현행 30%에서 60%로 올라간다. 금년 7월부터는 연간 소득 100만원 이하의 저소득 지역가입자는 1만3100원의 최저보험료만 내면 된다. 2022년에는 336만원 이하도 대상이 된다. 재산도 금년 7월부터는 과표 500만∼1200만원이, 2022년부터는 5000만원(시가 1억원)이 공제되어 보험료 부담이 줄게 된다.

피부양자 인정기준은 강화된다. 직장가입자의 형제자매는 원칙적으로 피부양자에서 제외된다. 부모라도 소득이 3400만원을 넘거나 재산이 5억4000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지역가입자로서 보험료를 내게 된다. 직장인이 추가적 보험료를 내는 ‘보수 외의 소득’은 현행 7200만원에서 3400만원으로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지역가입자의 80%에 가까운 약 600만 세대가 현재보다 매달 평균 2만2000원을 덜 내게 된다. ‘송파 세 모녀’처럼 월세 50만원의 지하 단칸방에서 지내는 세대는 보험료가 5만원에서 1만3000원으로 준다. 반면에, 일부 고소득 피부양자 32만 세대와 ‘보수 외의 고소득’이 있는 직장인 13만 세대는 보험료가 오른다.

새로운 방안은 저소득층 다수의 보험료를 줄이고 고소득층 일부의 보험료를 높이는 방향으로 짜였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의 수입은 연간 1조원 준다. 재산, 자동차 기준의 폐지 등 과감한 개혁을 원했던 사람들에게는 미진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보험료가 오르는 사람들은 불만일 것이다. 우리 건강보험이 가야 할 길을 생각할 때 이번의 개혁은 첫걸음에 불과하다. 한 번에 더 많은 진도를 나가고 싶지만, 은퇴한 연금소득자 등의 수용가능성도 고려해야 했다. 전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소중한 건보제도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다. 향후 점진적 개혁이 반복되면서 건강보험은 더욱 완성된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여유 있는 사람들의 십시일반이 어려운 사람들 건강과 삶을 지지하는 사회제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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